겨울에 조심해야 할 눈 질환 건조한 찬바람, 눈물막 균형 무너뜨려 건조증 방치 땐 혼탁·시력 저하 위험 망막 출혈·비문증 증상 땐 병원 가야
겨울은 눈 건강에 빨간불이 켜지는 계절이다. 차가운 바람이 눈을 자극하고, 건조한 실내 공기가 눈물막의 균형을 무너뜨려 안구건조증을 유발·악화시킨다. 추위로 혈압이 오르면서 망막혈관폐쇄 위험도 커진다. 망막혈관폐쇄는 치료가 늦으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겨울철 눈을 괴롭히는 안과 질환과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경고 신호를 짚어본다.
눈은 점막이 외부로 노출된 유일한 신체 기관으로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특히 겨울철 차가운 바람과 난방으로 건조해진 실내 공기에 오래 노출되면 안구건조증 위험이 커진다. 공기가 건조해지면 눈물막 균형이 깨지면서 눈물이 쉽게 증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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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막염·눈꺼풀염 동반 여부 확인해야
여기에 추위를 피해 실내에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눈 깜빡임 횟수가 줄어 안구건조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안구건조증이 생기면 눈이 뻑뻑하거나 따갑고 시린 증상이 나타난다. 찬 바람이 불면 눈물이 흘러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안과 강민지 교수는 “겨울철 안구건조증이 악화하거나 찬 바람이 눈을 자극하면 눈을 보호하기 위한 ‘눈물 분비 반사 작용’이 일어나 눈물이 과다 분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 분비되는 눈물은 물(水) 성분이 많아 쉽게 흘러내린다. 눈은 건조한데 눈물이 계속 흐르는 이유다. 실제 눈물흘림증 환자의 발병 원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안구건조증이다.
겨울철 눈이 건조한 증상은 누구에게나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일상에 불편을 줄 정도로 심하거나 통증, 눈부심, 시야 흐림이 동반된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결막염이나 눈꺼풀염이 함께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강 교수는 “다른 안과적 질환과 동반돼 발생하는 안구건조증의 경우 방치하면 감염이나 혼탁을 유발해 영구적인 시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며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찬 바람에 눈물이 나는 눈물흘림증은 대부분 안구건조증이 원인으로, 이를 치료하면 호전된다. 하지만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눈물이 계속 흐른다면 눈물의 생성·분포·배출 과정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고려대 안산병원 안과 윤은규 교수는 “눈물이 배출되는 길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눈물이 제때 빠져나가지 못해 조금만 눈물이 나도 쉽게 흐른다”며 “이 밖에도 눈꺼풀 위치 이상, 속눈썹 자극, 결막·각막 염증 등 다양한 원인으로 눈물흘림증이 발생할 수 있어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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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늦으면 실명하는 망막혈관폐쇄 주의
갑작스러운 시력 변화나 시야 일부가 가려 보이는 증상도 주의해야 한다. 시력을 위협하는 망막혈관폐쇄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망막혈관폐쇄는 혈전(피떡)이 시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망막 혈관을 막아 발생하는 질환이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후유증을 남기는 뇌졸중처럼, 망막 혈관이 막히면 신경세포가 손상돼 시력 저하 등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눈 중풍’으로도 불린다.
망막혈관폐쇄는 뇌졸중과 마찬가지로 겨울철에 발생 위험이 커진다. 추운 날씨로 혈압 변동이 커지면서 혈전이 생길 위험 역시 커지기 때문이다. 활동량 감소로 수분 섭취가 줄어 혈액이 끈적해지는 점도 망막혈관폐쇄의 발생 위험을 키운다. 특히 만성질환 환자는 이런 변화에 취약하다. 윤은규 교수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환자는 이미 혈관이 약해져 있어 겨울철 혈압 상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이로 인해 망막혈관폐쇄 발생 위험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예후는 막힌 혈관의 종류와 발견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정맥 폐쇄는 합병증이 없다면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도 있으며, 치료 반응도 비교적 좋은 편이다. 반면에 동맥 폐쇄는 뇌졸중과 유사한 응급 상황이다. 망막세포는 산소 공급이 끊기면 짧은 시간 안에 손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맥이 막혔을 땐 안압을 낮추거나 혈관 내 혈류를 유도하는 응급 처치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시력 회복은 제한적이며 심한 경우 시력을 영구적으로 잃을 수 있다.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평소 의심 증상을 알아둬야 한다. 망막혈관폐쇄는 대개 갑작스러운 시력 변화로 시작된다. 시야 한쪽이 먹칠한 듯 어둡게 보이거나 중심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 가운데가 뿌옇게 흐려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망막 안쪽에 출혈이 있는 경우에는 비문증이 심해지거나 검은 잉크가 퍼지듯 보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대개 통증 없이 한쪽 눈에 나타난다. 윤 교수는 “시력 이상이 느껴질 때는 한쪽씩 눈을 가려 확인해 보고 증상이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특히 위험이 높은 만성질환 환자는 평소 질환 관리와 함께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