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절제 없는 척추 감압술 자연 공간으로 접근해 뼈는 보존 양손으로 내시경 조작, 병변 제거 임상 5600여 건으로 우수성 입증 회복 빨라 고령층 안전하게 수술
척추 수술이라고 하면 아직도 많은 이들이 ‘뼈를 깎는 치료’를 떠올린다. 이런 뿌리 깊은 인식 탓에 척추 질환이 있어도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그런데 최근 이 고정관념을 흔드는 변화가 나타났다. 뼈는 그대로 두고 압박된 신경만 정교하게 넓혀주는 척추 감압(신경 눌림 감소) 수술이 확산하고 있는 것. 변화의 중심에는 서울 영등포의 새길병원이 있다. 이대영 새길병원장은 지난 4년간 5600여 건의 ‘뼈 절제 없는 척추 감압 수술(NOLD)’을 시행해 왔다. 덕분에 오랫동안 굳어졌던 ‘척추 수술=뼈 절제’ 공식을 뒤집고, 뼈를 보존하는 새로운 치료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병원장은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척추 질환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며 “이제는 통증을 줄이는 문제를 넘어 얼마나 오래 걷고 생활할 수 있는지가 노년의 삶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들면 몸의 기둥인 척추도 점점 힘을 잃는다. 척추 구조가 변하면서 신경이 눌리고 통증이 생기는 식이다. 눌린 신경을 풀어주지 않은 채 오래 방치하면 허리가 굽고 보행 능력까지 떨어진다. 대표적인 질환이 ‘척추관협착증’이다. 협착이 생기면 걸을 땐 다리가 저리고 허리를 굽히면 편해지는 ‘간헐적 파행’이 나타난다. 누운 자세에선 통증이 사라져 본질적인 문제가 가려지기도 한다. 이 병원장은 “협착증의 판단 기준은 통증이 아니라 걷는 힘”이라며 “보행속도·보행량·악력(握力)이 3~6개월 사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면 치료 시기를 미뤄선 안 된다. 이들 지표는 활동량과 전신 기능을 반영해 노년기 생존율과도 직접 연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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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절제해 시야 확보한 기존 수술법 개선
하지만 많은 협착증 환자가 치료를 주저한다. ‘뼈를 깎고 나사를 박는 큰 수술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커서다. 실제로 대부분의 척추 수술에선 신경을 확인하기 위해 뼈를 절제한다. 후궁(척추 뒷부분 지붕)이나 관절 일부를 깎아 시야를 확보하는 절차다. 오랫동안 표준처럼 사용돼 온 방식이지만, 이 과정에서 출혈과 통증이 뒤따랐다. 척추 안정성이 떨어져 유합술(고정술)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병원장은 “뼈는 척추가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구조”라며 “절제가 많아질수록 척추 구조가 약해져 노화가 빨라지고 회복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병원장은 기존 척추 수술의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접근 방식부터 다르다. 척추 수술에선 보통 한 손으로만 장비를 다룬다. 양손을 동시에 활용하면 어떤 방향에서든 시야를 확보할 수 있지만, 고도의 숙련도가 필요하다. 이 병원장은 양손을 바꿔가며 내시경과 기구를 조작해 뼈 절제 없이 병변에 도달하는 길을 열었다. 척추뼈 사이에 있는 자연 공간을 이용해 내시경을 넣고, 신경을 누르는 병변만 정교하게 제거한다. 뼈 절제도, 나사 고정도 하지 않는다. 감압이 충분히 이뤄졌는지는 수술 전·후 MRI로 확인한다. 새길병원은 2022년부터 올해까지 5580건(마디 기준) 이상의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을 집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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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건 집도 노하우로 출혈·통증 줄여
새로운 수술 기법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이 병원장은 어깨·무릎 등 관절 분야 내시경을 1만 건 이상 집도한 내시경 전문의로 출발했다. 좁은 공간에서 양손을 자유롭게 쓰는 수술 기술을 척추 내시경에도 그대로 접목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이 결합하며 새로운 척추 수술 체계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 병원장이 이룬 성과는 공신력 있는 SCI급 학술지인 ‘대한척추외과학술지(Asian spine journal)’에 두 건의 논문으로 실렸다. 지난 19일 열린 제7회 아시아관절경학회(AAC 2025)에서도 초록 발표를 진행했다.
뼈 절제 없는 감압술은 고령 환자의 치료 문턱을 크게 낮췄다. 최근 이 병원장은 95세 환자에게 무수면 유도 하반신 마취로 척추 세 마디의 감압술을 시행했다. 일반적으로 고령 환자는 척추 한 마디를 감압하기도 어렵게 여겨진다. 기존 방식이라면 3시간이 걸릴 수 있는 수술을 약 70분 만에 마쳤다. 지팡이에 의존하던 80대 협착증 환자는 수술 한 달 만에 보조기 없이도 걸을 수 있게 됐다. 이 병원장은 “척추 수술은 보행 능력을 지키고 수명을 늘리기 위한 치료”라며 “적절한 수술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노년 건강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수술만큼 중요한 게 재활이다. 협착이 오래되면 코어 근육이 약해지고 균형 감각이 흐트러진다. 수술로 신경 압박이 풀어져도 여전히 걷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재활’이 치료의 마지막 순서다. 새길병원은 수술 다음 날부터 ▶복식호흡 ▶코어 인지 훈련 ▶체중 중심 이동 같은 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병원장은 “재활은 근육을 단련하는 운동이 아니라 몸의 균형을 되돌리는 과정”이라며 “감압술이 건강 수명을 늘리는 전제라면 재활은 삶의 질을 되살리는 단계”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