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암 수술을 받은 A씨(65)는 요즘 한숨을 달고 산다. 수술 후 좀처럼 먹는 즐거움을 느낄 수 없어서다. 며칠을 멀건 죽으로 버티다 보면 입맛이 떨어져 끼니도 건너뛰기 일쑤다. 밥을 먹어도 소화가 안 돼 고통스럽긴 매한가지. 이젠 밥 한 숟가락 삼키는 일조차 두려워졌다는 A씨다. 살이 빠진 뒤로는 만나는 사람마다 괜찮냐고 묻는 게 부담스러워 외출도 줄였다.
식도암 수술 후에는 위장관 구조에 영구적인 변화가 생긴다. 수술 과정에서 식도를 제거한 뒤 그 자리를 위나 대장 등 다른 장기로 재건해야 한다. 대체된 장기는 식도처럼 연동 운동을 하지 못한다. 섭취한 음식이 머무는 공간도 이전보다 부족하다. 그래서 밥을 빨리 먹거나 많이 먹으면 조기 포만감과 역류, 가슴 답답함이 동반된다. 식도암 환자가 수술 후 식사에 불편함을 겪는 이유다.
식도암 수술 환자는 죽부터 시작해 음식을 하루 수차례 나눠서 천천히 먹어야 한다. 하지만 이 방식만으로는 필요한 영양을 채우기 어렵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장인 조주희 교수는 “식도암 수술 환자의 절반은 10% 이상의 체중 감소를 경험한다”며 “영양 부족으로 인한 체중 감소는 환자들의 회복을 더디게 만들 뿐 아니라 장기 생존율을 낮추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서울병원과 삼성웰스토리가 손을 잡았다. 두 기관은 2023년도부터 식도암 생존자의 맞춤형 영양 중재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식도암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소화가 잘되고, 먹는 즐거움을 회복할 수 있는 식단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는 『암 치유 건강 식단』 레시피북을 발간해 실제 암 환자들이 직접 실천한 실용적인 회복 식단을 제안하기도 했다.
식도암 환자에게 추천되는 대표 회복식은 ‘게살 수프’다. 조리법은 간단하지만, 맛과 영양 균형이 잘 잡혀 있다. 부드럽고 따뜻한 질감 덕분에 음식을 삼키기 쉽고 단백질과 비타민도 풍부하다. 기본 재료는 게살 150g, 달걀 1~2개, 당근 50g, 완두콩 30g, 생강 5g, 다진 마늘 10g, 전분 15g, 채소·다시마 육수 600mL, 참기름 1작은술, 소금·후추 약간이다.
만드는 법도 간단하다. 먼저 당근을 작게 깍둑 썰고 생강은 얇게 채 썬다. 게살은 먹기 좋은 크기로 준비한다.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생강을 넣어 향을 낸 뒤 당근을 넣고 1~2분간 볶는다. 여기에 육수를 붓고 한소끔 끓이다가 게살과 완두콩을 넣어 5분간 더 끓인다. 그다음 전분물을 천천히 부어 농도를 맞추고, 달걀을 풀어 띠 모양이 생기도록 저어 익힌다. 간은 소금과 후추로 맞춘 뒤 기호에 따라 쪽파를 뿌려 마무리한다. 음식 섭취가 어려운 식도암 생존자도 게살 수프를 통해 부담 없이 맛있는 한 끼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