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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편하고 오래가는 인공관절 수술, 시상면 정렬 정확도가 좌우" [Health&]

중앙일보

2025.12.2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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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창현·이동녕 목동힘찬병원 원장

보행 안정성, 통증에 직접적 영향
로봇 센서로 육안 판단 오류 줄여
기존 수술 어렵던 환자 가능해져

목동힘찬병원 남창현 병원장(왼쪽)과 이동녕 원장은 “로봇은 의사의 경험과 숙련도를 더블체크해 오차 범위를 줄인다”고 말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치수를 정확히 재서 맞춘 옷은 착용감이 다르고 오래 입는다. 인공관절 수술도 마찬가지다. 앞에서 봤을 때 다리 모양이 일자로 곧아 보여도 옆에서 본 무릎의 균형이 어긋나면 걷는 동작은 불안정해진다.

그런데 지금까지 인공관절 수술의 연구와 평가는 대부분 정면에서 본 ‘관상면 정렬’의 정확성에 집중됐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O자 형태로 휘었던 다리가 수술 후 얼마나 곧아졌는지를 보는 방향이다. 반면에 옆에서 본 ‘시상면 정렬’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 왔다. 목동힘찬병원 이동녕 원장은 “시상 정렬은 무릎이 지나치게 펴지는 과신전(Hyperextension)과 충분히 펼쳐지지 않는 굴곡구축(Flexion Contracture)을 판단하는 기준”이라며 “보행 안정성과 통증, 장기적인 무릎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상면 정렬의 중요성은 알려져 있었지만, 이를 수술 중에 정확히 계측하고 비교할 방법이 제한적이었다.

이런 한계는 로봇 수술의 등장으로 바뀌었다. 뼈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수술 중 시상면 정렬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 의사가 눈으로 판단한 각도와 실제 정렬 값을 비교할 수 있게 됐다. 힘찬병원 의료진은 인공관절 전치환술(TKA)에서 마코 로봇이 측정한 시상면 정렬과 집도의의 육안 판단을 비교한 연구결과를 지난달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발표했다. 연구에선 2023년 10월~2024년 5월 사이 마코 로봇으로 수술받은 환자 60명을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가 높아 피하지방이 많고 연부조직이 두꺼울수록 육안 판단과 로봇 측정값 사이의 차이가 컸다. 특히 인공관절 삽입물 두께가 시상 정렬 판단에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목동힘찬병원 남창현 병원장은 “삽입물 두께가 달라지면 관절 간격이 변하고, 인대·연부조직의 긴장도가 함께 달라진다”며 “이 과정에서 실제 정렬과 다르게 보이는 착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에서도 얇은 삽입물(9㎜)을 사용한 경우엔 무릎이 실제보다 더 펴진 것처럼 보여 과신전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두꺼운 삽입물(11㎜)을 넣었을 땐 무릎이 덜 펴진 상태가 정상처럼 보이면서 굴곡구축을 과소평가했다. 반면에 로봇은 연부조직·삽입물 두께와 관계없이 뼈에 부착한 센서를 기준으로 일관된 시상면 정렬 값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연구를 주도한 남창현 병원장, 이동녕 원장에게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Q : 연구가 환자에게 의미하는 건 뭔가.
A : 이동녕 원장(이하 이 원장) “무릎 수술을 받고도 ‘뭔가 덜 편 느낌이 남는다’ ‘걸을 때 불안하다’는 환자들이 있다. 시상면 정렬의 미세한 오차가 만든 차이다. 집도의가 해부학적 기준점을 손으로 정확히 만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눈대중에만 의존하면 필요 이상으로 삽입물을 바꾸거나 굴곡구축을 남긴 채 수술을 마칠 위험이 있다. 이번 연구는 앞에서만 곧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본 정렬까지 정확히 맞추는 것이 장기적인 수술 결과를 좌우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로봇이 객관적인 기준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A : 남창현 병원장(이하 남 병원장) “한두 명의 잘된 사례가 아니라 많은 환자에게 안정된 결과를 반복함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힘찬병원은 로봇 특성화 병원으로 대규모 수술 경험과 시스템에서 축적된 데이터, 이를 바탕으로 한 연구와 교육이 함께 돌아가는 구조를 갖췄다. 관절전문병원으로서 외래부터 수술, 입원, 퇴원까지 모든 과정이 관절 환자에게 맞게 특화돼 있다. 의료에서는 100건보다 1000건, 1000건보다 1만 건의 데이터가 더 정확한 결과를 가져온다.”


Q : 환자 기대치와 수술 환경 변화는.
A : 남 병원장 “과거 인공관절 수술은 참다 참다 선택하는 마지막 수단이었다. 지금은 기대수명이 늘고 활동 반경이 커지면서 환자의 요구도 달라졌다. 요즘 환자들은 수술 후에도 장사를 계속할 수 있는지, 골프를 다시 칠 수 있는지 묻는다. 현재의 삶을 가능한 한 그대로 유지하려고 수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번 연구는 최근 변화한 동향에 대응하는 하나의 답이라고 본다. 앞에서 봤을 때의 정렬뿐 아니라 옆에서 본 정렬까지 고려한 입체적인 하지 정렬, 이를 실제 수술에서 정확히 구현하는 로봇 시스템이 있어야 정확성과 장기적인 기능 보존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A : 이 원장 “수술 환경에선 집도의의 눈과 직관, 경험에 더해 로봇으로 한 번 더 측정값을 점검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인공관절은 ‘세이프티 존(safety zone)’ 안에 들어가야 탈구나 불안정 같은 문제를 줄인다. 로봇 수술에서는 이 과정을 수술 전에 한 번 시뮬레이션하고, 수술 중에도 모니터를 통해 다시 확인한다. ‘지금 이 각도와 위치가 정확하다’는 것을 더블체크하면서 수술하므로 결과의 예측 가능성이 높다.”


Q : 로봇 수술이 특히 유리한 환자군은.
A : 남 병원장 “로봇은 수술이 가능한 환자군을 넓혔다. 간혹 다리 축이 갈지(之)자처럼 복합적으로 틀어진 환자들이 있다. 기존 수술 방식으로는 접근이 매우 어렵다. 로봇은 앞·옆·비틀림이 섞인 복합 변형을 입체적으로 계산해 정렬을 맞춘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실제로 다리 변형이 심했던 60대 환자는 로봇 인공관절 수술 후 정렬이 바로잡히면서 ‘키가 3㎝가량 커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 과거 골절로 허벅지 뼈에 금속정(고정용 금속 막대기)을 넣어 수술이 어려웠던 고령 환자도 로봇 도입 후 인공관절 수술이 가능해졌다. 뼈가 단단한 중장년층, 활동량이 많은 환자에게도 불필요한 뼈 절제를 줄여 자신의 뼈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게 됐다.”



이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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