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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노인 낙상 입원 11%P 급증…특히 조심해야할 여기 [Health&]

중앙일보

2025.12.2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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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곽상준 원장
새움병원 정형외과

노인 낙상 입원, 겨울에 11%P 늘어
고관절 질환 방치 땐 삶의 질 하락
제기능 못하면 인공관절 수술 필요

서울 새움병원 정형외과 곽상준 원장은 “고관절 통증은 방치했을 때 보행과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은주 객원기자
겨울은 관절에 가혹한 계절이다. 기온이 낮아지면 근육과 인대 수축으로 관절이 뻣뻣해지고 움직임도 둔해진다. 이런 상태에서 눈길과 빙판길을 마주하면 낙상 위험이 커진다. 실제 겨울에 65세 이상 노인의 낙상 입원율이 다른 계절보다 11%포인트 높다는 질병관리청 조사 결과도 있다.

낙상은 넘어짐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고관절 골절이나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관절 관절염이나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처럼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작은 충격만으로도 증상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문제는 고령 인구가 늘면서 뼈가 약해진 상태에서의 낙상 위험이 날로 커진다는 점이다. 서울 새움병원 정형외과 곽상준 원장에게 노년기 고관절 통증의 위험성과 로봇을 활용한 최신 치료법을 들었다.


Q : 고관절 질환 환자의 주된 연령대는.
A : “상당수가 골다공증을 동반한 노년층이다. 과거에는 70대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고령층의 활동량 증가로 80대 후반이나 90대 초고령 관절염 환자들의 내원 사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Q : 고관절 통증이 위험 신호인 이유는.
A : “고관절은 몸의 중심을 지탱하는 관절이라 한 번 망가지면 일상으로의 복귀가 쉽지 않다. 거동이 어려워져 장기간 침대에 누워 지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욕창이나 혈전증 같은 합병증이 도미노처럼 찾아온다. 특히 70대 이상 고령층은 누워 있는 기간 동안 근육 소모가 빠르게 진행된다. 운 좋게 회복해도 예전처럼 활기찬 일상을 되찾기 어려울 수 있다.”


Q : 다른 부위에도 악영향을 미치나.
A : “고관절이 망가지면 우리 몸은 통증을 피하기 위해 걸음걸이를 억지로 바꾸게 된다. 이로 인해 골반과 척추가 뒤틀리고 요통이 유발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체중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무릎 부담이 커지고, 보행 균형이 무너진 탓에 발목이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기울어 통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연쇄적인 문제를 ‘인접 관절 증후군’이라 부르는데 고관절에 이상이 생기면 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조기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Q : 보통 어떻게 치료하나.
A : “대표적인 치료법은 인공관절 수술이다. 닳거나 손상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부위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특수 제작된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방법이다. 쉬운 과정은 아니다. 고관절이 인체 깊숙한 곳에 있어 좁고 제한된 시야에서 수술을 진행해야 해서다. 인공관절의 위치를 정확하게 잡고 양쪽 다리 길이를 미세한 오차 없이 맞추기 위해 의료진은 모든 감각과 지식을 총동원해야만 한다.”


Q :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면.
A : “로봇을 활용하는 거다. 로봇은 리허설을 완벽하게 마친 뒤 본 수술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준다. 정밀 CT(컴퓨터단층촬영)를 통해 환자의 고관절을 3D 영상으로 구현한 다음 가상의 수술을 사전에 시행하는 식이다. 이 단계에서 인공관절을 미리 적용해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며 뼈와 기구 간 충돌 여부나 특정 자세에서의 탈구 위험 등을 미리 확인하고 최적의 삽입 각도를 찾아낼 수 있다. 의사의 컨디션에 관계없이 치환물(인공관절)이 안정적으로 고정되고, 개인 맞춤형 계획에 따라 수술이 진행되면서 정확도와 안전성이 함께 높아진다. 환자들에게 일관된 수술 결과도 제공할 수 있다.”


Q : 수술실 환경에 가져오는 변화도 있나.
A : “기존에는 수술 시 수많은 도구를 펼쳐 놓고 정확한 위치 확인을 위해 X선 장비를 수시로 수술실에 들여와 쓰곤 했다. 그 결과, 감염 위험이 커지고 수술 시간이 길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에 로봇 수술은 사전에 수립된 계획을 토대로 최소한의 기구만 사용하고 불필요한 촬영은 최소화한다. 그만큼 감염 위험과 방사선 노출이 줄고 의료진의 피로도도 낮아져 수술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Q :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거라고 보나.
A :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 방식 자체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듯 로봇 인공관절 수술도 같은 길을 갈 거라고 본다. 우리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정상 고관절’을 재현하기 위한 새 기준이 정립될 가능성도 있다. 또 단순히 걷고 일상생활을 하는 수준을 넘어 전문적인 스포츠 활동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관절을 회복시켜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Q : 고관절 건강을 위한 조언을 해준다면.
A :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겨울철 춥다고 웅크려 있지만 말라는 거다. 활동량이 줄면 관절을 지탱하는 근육이 약해져 관절 통증이 악화할 수 있다. 실내에서라도 하루 10~15분씩 스트레칭이나 제자리 걷기를 꾸준히 해주는 게 좋다. 날이 따뜻하고 길이 미끄럽지 않다면 하루 30분가량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도 추천한다. 또 의외로 낙상 사고는 집에서 많이 발생한다. 새벽 시간대 낙상을 막기 위해 화장실로 이동하는 동선에 등을 켜두고, 화장실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나 안전 손잡이를 설치하길 권한다.”



하지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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