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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건 작품뿐" 故이순재, 눈감기 전 마지막 행적지=무대였다 '먹먹' [핫피플]

OSEN

2025.12.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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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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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작품” 외쳤던 故 이순재…박근형에 남긴 유언이 더 먹먹한 이유

[OSEN=김수형 기자] 배우 박근형이 SBS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평생을 함께해온 동료이자 큰 형님 고(故) 이순재를 향한 그리움과 함께, 생전 고인이 남긴 마지막 당부를 전하며 깊은 울림을 안겼다.

28일 방송된 ‘미운 우리 새끼’에는 ‘꽃할배’들의 영원한 막내이자 로맨티스트 박근형이 스페셜 MC로 출연했다. 박근형은 지난해 11월 별세한 이순재를 떠올리며 “수십 년 동안 동고동락하다시피 한 사이라 가슴이 너무 아프다. 모든 후배들이 선배님이 해주신 것들을 생각하며 그리워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이별은 깊은 회한으로 남았다. 그는 “어느 날 몸이 불편하다고 병원에 가신 뒤 얼굴도 뵙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며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한 게 너무 서운하다”고 끝내 전하지 못한 인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이날 박근형은 고인이 생전에 남긴 ‘유언’과도 같은 마지막 부탁을 공개해 스튜디오를 숙연하게 했다. 그는 “연극 공연장을 찾아오셔서 ‘앞으로 연극계는 네가 맡아야 해. 열심히 좀 해줘’라고 하셨다”며 “그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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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를 향한 후배들의 존경은 곳곳에서 이어졌다. 최근 이서진 역시 방송에서 과거 촬영을 떠올리며 “새벽에 대본이 나오고 아침에 바로 촬영 들어가던 상황에서도, 이순재 선배님은 유일하게 모든 대사를 다 외워오셨다”며 “그때 보고 더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모습은 지난달 28일 방송된 MBC 다큐멘터리 추모 특집 ‘배우 이순재, 신세 많이 졌습니다’에서도 고스란히 담겼다. 다큐의 마지막 장면에는 올해 5월 25일, 병상에 누워 있던 이순재를 찾은 소속사 대표의 모습이 그려졌다. “누워 계시면 하고 싶은 거 없으세요?”라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하고 싶은 건 작품밖에 없다”고 답했다. 몸보다 먼저 앞서 있던 연기에 대한 열망이었다.

다큐에서는 병상에서 ‘2024 KBS 연기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고 “무겁다”고 말하던 고인의 모습도 공개됐다. 그 한마디에는 70년 연기 인생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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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순재는 70여 년 동안 영화, 드라마, 연극을 넘나들며 수많은 캐릭터를 소화해온 국민배우였다. 드라마 ‘허준’ 촬영 당시 해부 장면을 위해 18시간 동안 꼼짝없이 누워 있었고, 한겨울 찬 동굴 바닥에서도 밤을 새웠다는 일화는 그의 연기 열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전광렬은 “그렇게 힘들어도 단 한마디 불평 없이 연기하던 모습에 후배로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회상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 도전하며 새로운 길을 열었고, ‘이산’ 촬영 당시에는 28시간이 넘는 강행군 속에서도 끝까지 현장을 지켰다. 이서진은 “대사가 많지 않아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모든 배우들과 함께했다”며 “성실하지 못한 후배들에게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으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엄하기보다 따뜻한 스승이었다. 소유진은 “질문하러 가면 다시 무대로 가 하나하나 알려주셨다”고 했고, 오만석은 “촬영이 끝나도 제 모니터를 끝까지 봐주셨다”며 “후배들을 아끼고 사랑하셨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회상했다. 송옥숙 역시 “좋은 배우가 될 자질이 있다며 끊임없이 고민하라고 해주셨다”고 전했다.

말과 행동이 늘 일치했던 이순재. 시상식에서조차 후배들 앞에 긴 연극 대사를 선보이며 연기에 대한 자세를 몸소 보여줬고, 후배들은 기립박수로 존경을 표했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대본을 놓지 않았고, 걷지 못해도 무대를 지켰으며, 병상에서도 “작품”을 외쳤던 배우. 이순재는 2025년 11월 25일,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났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연기가 삶의 이유였던 ‘진짜 배우’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깊이 남았다.

/[email protected]

[사진]'방송화면'


김수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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