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이정 기자] 프랑스 영화계의 전설이자 세계적인 동물권 운동가 브리지트 바르도가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사망 소식이 전해지기 불과 하루 전까지도 그는 구조 동물의 입양을 호소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동물의 편’에 섰다.
바르도가 설립한 브리지트 바르도 동물복지·보호 재단(Fondation Brigitte Bardot)은 12월 28일(현지시간) AFP를 통해 바르도의 사망을 공식 발표했다. 재단은 사망 시간과 장소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10월, 바르도가 ‘중병’으로 수술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사망 전날 재단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중증 전신 관절염을 앓고 있는 젊은 도베르만 ‘우르페(Urphé)’의 입양을 호소하는 영상이 게시됐다. 영상 속 바르도는 직접 개를 쓰다듬으며 “사람을 잘 따르고 애정이 많고 장난기 많은 아이”라며 “지금까지 보호소 생활만 해왔다. 삶을 경험해야 한다”고 말하며 긴급 입양(SOS)을 요청했다.
이틀 전에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또 다른 구조견에게 입맞춤하는 사진도 공개됐다. 재단은 “연말연시를 맞아 모두의 안녕과, 당신의 반려동물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재단은 추모 게시물에서 “명성과 커리어를 내려놓고 생애를 동물 보호에 바친 창립자이자 회장 브리지트 바르도의 별세를 깊은 슬픔으로 알린다”며 “그의 유산은 재단의 행동과 캠페인을 통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르도의 동물권 활동은 1962년 프랑스 TV 시사 프로그램 ‘5 colonnes à la une’ 출연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그는 도축 전 기절 의무화를 요구했고, 1977년에는 북극으로 건너가 새끼 바다표범 보호 활동에 나섰다. 1986년 배우 은퇴 후에는 재단을 설립해 전 생애를 동물 보호에 헌신했다.
한편 바르도는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야만적”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한국 제품 불매 운동을 주장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1994년에는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게 개고기 금지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비판은 문화 상대성을 간과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프랑스 내에서도 동물 도살과 연관된 무슬림 문화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인종차별 혐의로 다섯 차례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1950년 15세의 나이에 모델로 데뷔한 바르도는 1956년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로 세계적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후 ‘Dear Brigitte’(1965) 등 다수의 작품으로 사랑받았다.
재단은 “동물을 더 존중하는 세상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특별한 여인”이라며 고인을 기렸다. 고인은 남편과 아들 한 명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