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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 인터뷰실서, 공항서…잇단 이민 단속 ‘체포 공포’

New York

2025.12.28 16:38 2025.12.2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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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 인터뷰, 체포 미끼로 악용 드러나
체류·전과 심사관이 파악한 후 ICE에 통보
TSA, 불체 가능성 여행객 정보 ICE에 공유
공항에선 모든 비시민권자 사진 촬영 의무
최근 연방정부가 체류 기록에 이상이 있거나 범죄 전력이 있는 신청자를 체포하기 위해 영주권 인터뷰를 '미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방 교통안전청(TSA)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이민법원의 추방 명령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여행객들의 정보를 공유해 ICE가 공항에서도 서류미비자(불법체류자) 체포와 구금에 나서는 경우가 잦아졌다. 예상치 못했던 공간에서도 이민 단속을 벌이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민자 커뮤니티가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에 따르면, 최근 이민서비스국(USCIS)은 내부 지침을 통해 영주권 인터뷰 종료 직전 심사관이 ICE에 신청자 정보를 통보하도록 했다.  
 
매체는 입수한 내부 문건을 인용해 "심사관이 영주권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에 체포 가능한 대상자를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또 인터뷰가 끝난 뒤 직원이 자리를 비우면 ICE 요원이 들어와 신청자를 연행하는 방식이 이어지고 있다는 변호사들의 증언도 함께 전했다.
 
이 같은 단속 방식은 수년간 사실상 금기시돼 왔다.
 
과거에는 법원 출석이나 USCIS 방문이 비교적 안전한 공간으로 인식됐고, 체류 기록에 문제가 있는 신청자들도 합법화를 시도할 수 있는 통로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1986년 제정된 이민법에 따르면 합법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은 비자가 만료됐더라도 시민권자와의 결혼을 통해 영주권 신청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후 ICE는 "체류 위반은 추방 사유"라는 입장을 내세우며 단속 범위를 확대해 왔다.
 
최근 한인사회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체포된 사례가 발생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결혼한 황태하(38)씨는 시민권자인 아내와 함께 최근 LA다운타운USCIS 사무실에서 결혼 기반 영주권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ICE 요원에게 체포돼 구금됐다.  
 
현장에서는 승인 판정 이후 연행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샌디에이고 지역의 한 이민 전문 변호사는 "인터뷰 담당자가 '케이스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한 직후 ICE 요원들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클리블랜드에서는 25년간 미국에 거주한 영주권 신청자가 결혼 기반 영주권 심사에서 승인 판정을 받았음에도, 면담 직후 곧바로 연행돼 현재 ICE 구금 시설에 머물고 있는 사례도 발생했다.
 
USCIS 각 지역 사무실에서도 인터뷰 직후 체포된 사례가 수십 건씩 보고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비자 만료나 주소 미갱신 등 기록상 문제가 있었지만, 합법 입국 후 결혼을 통해 정식 절차를 밟던 신청자들이었다.
 
전문가들은 영주권 취득의 마지막 단계로 여겨지던 인터뷰가 사실상 단속 지점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과거 체류 기록에 문제가 있는 영주권 신청자들 사이에서는 "인터뷰장에 가면 연행된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책 공표 없이 실무 관행만 변화한 상황이 인터뷰 기피 현상을 낳고, 합법적 신분 정리 통로를 오히려 좁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불체자들의 국내 여행도 불안해졌다. 최근에는 공항에서도 추방 명령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이들의 정보가 이민 당국과 공유되고 있어서다.  
 
뉴욕타임스(NYT)는 TSA가 ICE와 여행객 정보를 공유하고, 이민법원으로부터 추방 명령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의 정보를 공유해 ICE가 신속히 추방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TSA와 ICE의 협력 역시 과거에는 없었던 관행이다.  
 
이와 더불어 국토안보부(DHS)는 지난 26일부터 미국에 입국하거나 출국하는 모든 비시민권자를 대상으로 얼굴 사진 촬영을 의무화하는 새 규정을 시행했다. 공항 뿐 아니라 육로 국경, 항만 등 모든 출입국 지점에서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외국인은 사진을 촬영해야 한다. 14세 미만 어린이와 79세 이상 노인도 사진 촬영이 의무다. 국토안보부는 체류기간을 초과한 외국인을 식별하고, 국가 안보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생체정보 수집으로 인한 과도한 감시와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김은별·강한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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