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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라, 12·29 여객기 참사"…1주기 추모식 엄수

중앙일보

2025.12.28 18:50 2025.12.2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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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12ㆍ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우원식 국회의장 등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1주기를 맞아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희생자 179명을 기리는 추모식이 열렸다. 유가족과 정부, 국회 관계자 등 1200여 명은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이날 오전 10시 무안공항 2층에서 열린 추모식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행사에 앞서 사고가 발생한 시각인 오전 9시 3분, 전국에 추모 사이렌이 울렸고 참석자들은 묵념으로 희생자들을 기렸다.

추모식은 클래식 연주로 문을 열어 헌화와 추모사, 추모 공연으로 이어졌다. '집으로 오는 길'을 주제로 한 무대는 태국 방콕에서 귀국하던 희생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공연은 가수 이은미 씨의 추모곡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행사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민석 국무총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여야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조국혁신당·개혁신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원내대표들도 추모의 뜻을 함께했다.

 29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1주기를 맞아 무안국제공항에서 희생자 179명을 기리는 추모식이 열렸다. 유가족과 정부, 국회 관계자 등 12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유진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참사들은 너무나 닮아 있었다. 참사 전 경고들이 존재했고, 국가의 부재, 수습에만 급급했던 대응, 말단 실무자 선에서 멈춘 책임, 명확하지 않은 진실과 형식적인 재발방지 대책 역시 너무나 닮아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1년간 사과는 0건, 자료공개도 0건, 책임자 구속 0건 등 조사는 멈춰서 있다. 179명의 희생 참사에 대해 국가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고 오열했다.

그는 "유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 수많은 유언비어와 2차 가해로부터 보호, 항철위(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독립성 보장을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 제주항공 참사의 진실규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이런 비극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는 제주항공 참사 국정조사에 착수했다. 국회의 진상조사에 필요한 자료가 빠짐없이 제출되도록 정부와 관계기관에 요구한다"며 "국회는 피해자의 권리를 기억하며 자료 제출이 회피되는 일이 없도록 국회의 책임과 권한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무안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사 발생 1년이 지났지만 유가족이 체감할 만한 진상 규명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국회가 국정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히는 데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9명의 목숨이 희생됐음에도 지금까지 책임을 묻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조류 충돌 위험이 큰 공항의 안전 대책과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구조물 문제 등 기본적인 항공 안전부터 전면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역시 정부와 수사 당국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공항 구조물 문제에 대한 명확한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은 채 조종사 책임을 강조했고, 수사 역시 지지부진하다"며 "이 사안에서 정부와 국회 모두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참사 1주기를 맞아 추모식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추모는 완성될 수 없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추모식 이후 유가족들은 사고 당시 항공기가 충돌했던 무안공항 내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 현장을 찾아 희생자와의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유가족들은 이날 추모식에서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추모는 완성될 수 없다”며 철저한 조사와 항공 안전 체계의 근본적 개선을 거듭 요구했다.

이번 참사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께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 2216편 보잉 737-800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에 비상착륙을 시도하던 과정에서 방위각시설과 충돌하며 발생했다.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국회는 최근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특위는 내년 1월 말까지 조류 충돌 위험 관리 실태, 항공기 기체 결함 가능성, 로컬라이저 둔덕의 설계·시공·관리 과정, 사고 조사 과정의 축소·은폐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조사 기간 연장도 검토된다.


고성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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