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애스턴 빌라의 질주는 이제 이변이 아닌 흐름이 됐다. 애스턴 빌라는 리그 8연승을 달리며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격차도 촘촘하다. 1위와는 승점 3점, 2위와는 1점 차로, 사실상 우승 경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모든 대회를 통틀어서는 11연승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애스턴 빌라의 11연승은 1897년 9월과 1914년 3월에 작성된 구단 기록과 타이다.
이번 시즌 애스턴 빌라 돌풍의 키워드는 ‘역전승’이다. 빌라는 지고 있던 경기에서만 승점 18점을 끌어모았다. 지난 9월 28일(현지시간) 풀럼과의 홈경기에서 0-1로 뒤지다 3-1로 뒤집은 것을 시작으로, 토트넘 원정(2-1), 리즈 유나이티드 원정(2-1), 브라이턴 앤 호브 알비온 원정(4-3), 웨스트햄 원정(3-2), 그리고 12월 28일 첼시 원정(2-1)까지, 올 시즌 리그에서만 여섯 차례 역전승을 기록했다. 특히 이 중 다섯 경기가 원정 경기였다.
애스턴 빌라는 ‘전반과 후반이 가장 달라지는 팀’으로 평가받는다. 그 중심에는 우나이 에메리 감독의 전술적 대응이 있다. 27일 첼시전이 대표적이다. 전반전 슈팅 수는 첼시 10개, 애스턴빌라 0개였다. 그러나 후반전에는 애스턴빌라가 11개, 첼시가 4개로 완전히 뒤집혔다. 승부의 분기점은 후반 59분, 에메리 감독이 단행한 3명 동시 교체였다. 0-1로 끌려가던 경기는 교체 투입된 올리 왓킨스의 두 골로 단숨에 2-1 역전승으로 바뀌었다.
왓킨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감독의 전술 변화로 공격 시 수적 우위를 만들 수 있었다. 그는 전술적 천재”라고 말했다. 에메리 감독은 침착함을 잃지 않으며 “이런 역전은 놀랍지 않다. 우리는 정신력과 시스템을 쌓아가고 있다. 순위를 바라보기보다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애스턴 빌라는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뚜렷한 전술적 목표를 지향하는 자신들의 축구를 전개해나가고, 선제골을 만든 후에도 물러서지 않는 조직적인 경기를 이어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의 성적이 투혼과 우연이 아니라 탄탄한 전술과 전략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스페인 국적의 에메리 감독은 이력 자체가 ‘전술가’의 증명서다. 그는 유로파리그에서 4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세비야 시절 3회, 비야레알 시절 1회 정상에 올랐다. 스타 군단보다는 비교적 전력이 약한 팀을 맡아 강팀을 전술로 제압하는 데 탁월한 감독이라는 평가가 유럽 무대에서 이미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전 잉글랜드 대표팀 공격수 앨런 시어러는 BBC와 인터뷰에서 “이제 애스턴빌라는 진정한 우승 후보”라며 “스쿼드 깊이는 다소 부족하지만, 에메리 감독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칭찬했다.
애스턴 빌라는 오는 31일 리그 선두 아스널을 상대로 원정경기를 치른다. 지난 6일 아스널과의 홈경기에서는 2-1로 승리했다. 애스턴 빌라가 승리하면 두 팀의 승점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올시즌 애스턴 빌라 6번의 EPL 역전승
9월 28일 홈경기 풀럼전 0-1 뒤지다가 3-1 역전승
10월 19일 원정경기 토트넘전 0-1 뒤지다가 2-1 역전승
11월23일 원정경기 리즈 유나이티드전 0-1 뒤지다가 2-1 역전승
12월 4일 원정경기 브라이턴 앤 호브 알비온전 0-2 뒤지다가 4-3 역전승
12월 14일 원정경기 웨스트햄전 0-1 뒤지다가 3-2 역전승
12월28일 원정경기 첼시전 0-1 뒤지다가 2-1 역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