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은 29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런던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크리스탈 팰리스를 1-0으로 꺾었다.
경기 내내 주도권을 내줬지만, 전반 막판 터진 그레이의 한 방이 승부를 갈랐다.
이날 토트넘은 굴리엘모 비카리오를 시작으로 스펜스-반 더 벤-단소-포로로 수비라인을 꾸렸다. 중원에는 베리발과 그레이, 벤탄쿠르가 섰고, 전방에는 쿠두스-히샬리송-콜로 무아니가 배치됐다.
반면 팰리스는 마테타를 최전방에 두고 워튼과 휴즈를 중심으로 중원을 장악했다.
경기 초반 흐름은 완전히 홈팀 몫이었다. 팰리스는 점유율을 앞세워 토트넘을 자기 진영에 가둔 채 공세를 퍼부었다. 워튼과 휴즈의 패스가 연이어 박스 근처로 침투했고, 전반 13분 휴즈의 슈팅이 수비에 막히며 경고음을 울렸다.
토트넘도 한 차례 기회를 잡았다. 전반 17분 포로의 크로스를 히샬리송이 밀어 넣으며 골망을 흔들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기사회생한 팰리스는 다시 몰아쳤다. 마테타와 피노의 슈팅이 이어졌고, 비카리오는 연속 선방으로 골문을 지켜냈다.
밀리던 토트넘을 살린 건 세트피스였다. 전반 43분 코너킥 상황에서 히샬리송이 내준 공을 그레이가 침착하게 밀어 넣었다. 그레이의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이자, 토트넘에 값진 선제골이었다. 전반은 토트넘의 1-0 리드로 끝났다.
후반에도 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팰리스는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고, 토트넘은 수비에 무게를 실었다. 워튼과 드베니가 연달아 슈팅을 시도했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토트넘은 후반 중반 팔리냐와 오도베르를 투입하며 체력을 보강했다.
후반 29분에는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다. 쿠두스의 크로스를 히샬리송이 골로 연결했지만 다시 한 번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취소됐다. 토트넘은 이후 5백으로 전환하며 ‘잠그기’에 들어갔다.
팰리스는 종료 직전까지 공세를 이어갔지만, 결정력에서 끝내 벽을 넘지 못했다. 추가시간 7분이 흘러간 뒤 울린 종료 휘슬. 결과는 토트넘의 1-0 승리였다. 내용은 불안했지만 승점 3은 확실했다.
토트넘의 승리를 이끈 그레이의 활약 뒤에는, 여전히 팀 안에 남아 있는 손흥민의 흔적도 함께 비쳤다. 토트넘은 최근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손흥민의 ‘홈커밍(Homecoming)’ 다큐멘터리를 공개하며 그의 마지막과 복귀의 순간을 동시에 조명했다.
영상 속 손흥민은 고별전을 하루 앞둔 시점까지도 동료들과 장난을 주고받으며, 이별을 앞둔 분위기와는 다른 특유의 밝음을 유지했다. 다큐는 지난 5월 스페인 빌바오에서 토트넘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던 순간으로 시작된다.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은 팀을 대표해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다.
이 직후 손흥민이 그레이에게 영향을 끼친 장면이 나왔다. 이후 화면은 7월 한국 투어로 전환된다. 이미 이별을 공식화한 상황이었지만, 손흥민은 끝까지 ‘형’이자 ‘리더’였다. 훈련장에서는 케빈 단소를 가리키며 “저 선수 때문에 팀을 떠나는 거다”라는 농담을 던졌고, 제임스 매디슨과는 “훈련 끝나면 울 것 같다”며 웃음 속에 진심을 섞었다.
특히 아치 그레이에게 “내일이 내 마지막 경기인데 어때?”라고 묻었다. 그레이 역시 울음기 섞인 표정으로 "기분이 이상하다"라고 답하자 손흥민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독이기도 했다. 이 장면은 손흥민이 챙긴 막내 동생 같은 관계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리고 약 4개월 뒤, 손흥민은 다시 토트넘 선수단과 재회했다. 복귀전 분위기 역시 손흥민다웠다. 그는 그레이를 향해 “내가 이렇게 떠났는데 문자 한 통도 안 보냈더라”며 장난을 던졌고, 그레이는 “흥민이 형이 미국 번호로 바꿔 놓고 알려주지 않았다”고 받아쳤다.
손흥민이 아끼는 막내 동생이 리그 데뷔골로 위기의 팀을 구했다. 손흥민이 남긴 리더십과 ‘형’의 존재감은 여전히 토트넘 안에 살아 있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