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로 첫 출근한 29일 오전, 청와대 인근엔 지지자들이 모여 “이재명 대통령 만세”를 외치며 출근길을 환영했다. 여러 시민단체도 이날부터 용산에서 청와대 앞으로 장소를 옮겨 집회를 열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 지지자 약 40명은 이른 아침부터 청와대 맞은편 경복궁 신무문 앞 등지에 모였다. 인천 남동구에 사는 김부미(58)씨는 “인천에서 2시간 걸려 왔는데, 전남 화순이나 대구에서 온 시민들도 있었다”면서 “대통령 하면 떠올리는 자리가 청와대인데, 다시 돌아와 역사적인 날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12분쯤 이 대통령의 승용차 행렬이 진입하자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 만세” 등을 연호하며 반겼다. 태극기와 더불어민주당 깃발을 들고 만세 삼창을 하기도 했다. 이후 이 대통령 지지자들이 빠진 청와대 앞 광장엔 대통령 집무실 복귀에 맞춰 1인 시위나 시민단체의 집회가 열렸다.
오전 11시엔 베트남 이주 노동자 고(故) 뚜안의 부친이 108배에 나섰다.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뚜안은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피하다 지난 10월 대구 성서공단 내 공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뚜안 사망사건 대응 대구·경북대책위 김희정 집행위원장은 “어제는 용산, 오늘은 청와대 첫 출근이랑 왔다”며 “앞으로 청와대에서 집회를 계속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 7개월 동안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렸던 집회는 청와대 주변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용산 대통령실 앞의 농성장을 지난 25일부터 청와대 사랑채 동측으로 옮겼다. KT 해킹 피해로 1인 시위에 나섰다는 길정순(75)씨는 “대통령이 여기에 있으니 용산에서 청와대로 장소를 옮겨 시위를 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인근 주민들도 대통령 복귀로 “동네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근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지인(45)씨는 “청와대라는 대통령 자리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 느낌”이라면서 “매출이 늘 것 같다”며 기대했다. 청와대 인근에서 40년 동안 산 오정자(80대)씨는 “매일 공원에 나오는데 오늘은 경호 인력도 크게 늘고 평소랑은 다른 분위기다”고 말했다.
벌써 청와대 주변 집회·시위로 인한 불편을 걱정하기도 했다. 청와대 인근에 사는 50대 부부는 “분수대 광장은 원래는 아이들이 뛰어놀던 공간인데, 이제는 뺏길 것 같다”면서 “경호 인력이 늘어나 분위기가 삼엄해졌다”고 말했다. 효자동에서 30년 넘게 칼국숫집을 운영한 자영업자는 “일부 시민단체가 분수대 앞까지 들어와 천막 치고, 스피커 틀고 24시간 시위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청와대 출근은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일인 2022년 5월 9일부터 1330일 만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22년 5월 10일 청와대를 떠나 곧바로 용산 청사로 출근했다. 이날 오전 0시부터 청와대에는 봉황기가 게양됐다. 봉황기는 우리나라 행정수반의 상징으로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곳에 상시 게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