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추진하는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 (P:ART:NER)은 서울·수도권에 집중된 공연예술을 전국으로 확산해 국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 공연시장의 활성화와 우수 공연예술의 균형 있는 유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사업이다.
2025년 이 사업에 참여한 극단 홍시는 연극 〈이별의 말도 없이〉를 통해 지역에서 제작된 공연이 다른 지역의 관객과 만나는 과정을 보여줬다. 신정임 연출은 지역 공연단체가 겪어온 유통의 한계가 이번 참여를 통해 지역 작품의 공감 가능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유통 구조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모든 지역 단체들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지역에서 만들어진 작품을 다른 지역에서도 공감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런 작품을 어떻게 유통할 수 있을지가 늘 고민이었다.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해 ‘공연의 이동’이라는 방식으로 해법을 제시한다.
단순히 공연 횟수를 늘리는 지원이 아니라, 지역 공연이 다른 지역으로 순환하며 관객과 만나는 구조를 경험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신 연출은 이 과정을 통해 공연 유통이 개별 단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은 지역 작품을 전국 단위로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구조였다. 유통을 위한 네트워킹이나 플랫폼 연계 역시 새로운 경험이었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사업에 선택된 연극 〈이별의 말도 없이〉는 대전역과 소제동, 역전 뒷동네 등 대전이라는 도시의 공간과 기억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치매와 재개발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배경으로, 빠름이 일상이 된 시대 속에서 느림의 가치를 되묻는다.
사업의 성과는 관객 반응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신 연출은 이번 유통 과정에서 가장 크게 체감한 변화로 ‘새로운 관객층과의 만남’을 꼽았다. 지역의 정서와 맞닿은 이야기는 관객 개인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끌어냈고, 공연 이후에도 반응은 이어졌다.
가장 큰 성과는 새로운 관객을 만났다는 점이다. 특히 예산군 문예회관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자신의 추억을 꺼내놓고, 서로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는 공연이 단순한 관람을 넘어, 지역의 기억을 매개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성과는 지역 맞춤형 기획과도 맞물려 있다. 극단 홍시는 공연을 앞두고 해당 지역에 현장 홍보를 진행했다. 포스터와 전단지 중심의 직접 노출 전략을 통해 관객 접점을 넓혔고, 이는 비교적 높은 객석 점유율과 새로운 관객 유입으로 이어졌다.
지역 공연시설과의 협업 역시 이번 유통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전에 공연 준비와 한계를 공유하고, 공연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지역 관객의 특성을 반영한 홍보 전략을 수립했다.
이러한 협업은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번 지원사업 참여는 극단 홍시의 향후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 연출은 공연이 세대와 이웃 간의 대화를 잇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극단 홍시의 사례는 사업이 단순한 지원을 넘어, 우수한 공연예술이 지역을 순환하며 관객과 만나는 유통 구조로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은 공연시장에 활력을 더하고, 지역에 우수한 예술을 연결하는 역할을 현장에서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