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러 위협에 방공호 강화 잰걸음…내년 신축건물에 의무화
노후화 심각 현 시설, 인구 3%만 수용 가능…핀란드가 본보기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폴란드가 러시아의 위협에서 민간인 보호를 위해 방공호 강화에 나섰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약 5%를 국방비로 지출할 만큼 적극적으로 국방력 증강을 꾀하고 있지만 그동안 민간인 보호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9월 정체불명 드론의 연이은 영공 침범에 이어 지난달에는 러시아에 포섭된 우크라이나인들이 철로를 파괴하는 등 최근 러시아발 하이브리드 공작의 주요 표적이 되자 군사 분야뿐 아니라 민간 방어의 중요성도 절감하고 있다.
유사시 방공호의 유무가 민간인의 생사를 가를 수 있는 만큼 폴란드 정부는 내년부터 대부분의 신축 건물에 방공호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라고 부동산업자들에게 요구할 방침이다.
도날트 투스크 총리가 이끄는 폴란드 정부는 이와 함께 올해 예산 160억 즈워티(약 6조4천억원)를 방공호 건설에 할당했다.
수도 바르샤바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도 기존 방공호의 확충과 개·보수를 위해 자체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바르샤바의 경우 도심 지하철을 최대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피소로 전환해 야전 침대, 식수, 담요 등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폴란드의 현존하는 방공호는 대부분 공산주의 시절 건설돼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방공호는 약 1천 곳에 불과한데 이는 3천700만 폴란드 인구의 약 3%만 보호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런 까닭에 폴란드는 국민 80% 수용이 가능한 5만개의 방공호를 갖춘 이웃 핀란드를 모델 삼아 방공호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지난 9월 핀란드 수도 헬싱키 지하에 설치된 6천명 수용 규모의 방공호를 찾아 카페와 놀이터는 물론 배구장, 체육관까지 갖춘 시설을 둘러본 뒤 "이런 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폴란드와 폴란드 국민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폴란드 건설사 아틀라스 워드는 작년 10월 방탄 문, 환기 시스템 전문 제작업체인 핀란드 테멧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방공호 건설에 나섰다.
유하 시몰라 테멧 최고경영자(CEO)는 전체 인구가 약 560만명인 핀란드가 현 수준의 보호 체계를 갖추기까지는 70년이 걸렸다면서 "폴란드 전체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방공호 건설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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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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