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이강인(24, 파리 생제르맹)의 이름은 끝내 불리지 않았다. 프랑스 리그1을 대표하는 ‘올해의 팀’ 명단에서 그는 자취를 감췄다.
프랑스 유력지 레퀴프는 27일(한국시간) 2025 리그1 올해의 팀을 발표했다. 결과는 사실상 PSG의 독무대였다. 하지만 그 중심에 있어야 할 이름, 이강인은 후보군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선정 방식은 명확했다. 신문·온라인·방송 부문에서 활동하는 축구 전문 기자들이 포지션별로 투표를 진행했고,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레퀴프는 PSG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발롱도르 수상자 배출, 2025년 6관왕이라는 압도적인 성과를 거둔 점을 강조하며 “국제적 영향력을 외면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명단 역시 그 논리를 그대로 반영했다. 골키퍼는 잔루이지 돈나룸마, 수비진에는 아슈라프 하키미-마르퀴뇨스-누누 멘데스가 포진했다. 중원은 비티냐-주앙 네베스-파비안 루이스 조합이 차지했고, 공격진은 우스망 뎀벨레와 데지레 두에가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 한 자리는 메이슨 그린우드(마르세유)에게 돌아갔다.
이강인의 제외는 단순한 인기 투표의 결과로 보기 어렵다. 2024-2025시즌 후반기, 그의 입지는 PSG 내에서 분명히 좁아졌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가 합류했고, 두에와 뎀벨레가 동시에 폭발력을 보여주며 공격진 경쟁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중원 역시 비티냐-파비안 루이스-주앙 네베스로 사실상 고정됐다.
유럽 무대에서도 흐름은 같았다. UEFA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이강인이 받은 기회는 제한적이었다. 리버풀과의 16강 2차전 연장전 교체 출전이 사실상 유일한 ‘결정적 무대’였다. 시즌의 흐름을 바꿀 만한 연속 출전이나 확실한 역할은 끝내 주어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이강인은 여름 이적을 희망했다. 프리미어리그 구단으로부터 약 4000만 유로 규모의 제안도 도착했다. 그러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을 ‘즉시 주전’이 아닌, 로테이션과 전술적 변화를 위한 ‘필요한 자원’으로 판단했다.
2025-2026시즌에 들어 분위기는 다소 달라졌다. 동료들의 부상 속에 출전 시간이 늘었고, 이강인은 리그 14경기에 나서며 존재감을 회복했다. 11월에는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오가며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해 반등의 신호를 보냈다. 시즌 성적은 공식전 25경기 3골 2도움. 수치 자체는 준수했지만, 팀 내 위상을 단번에 뒤집기에는 부족했다.
영국 ‘풋볼 런던’은 이강인을 토트넘 홋스퍼가 겨울 이적시장에서 검토할 수 있는 자원으로 언급했다. 매체는 “이강인은 전형적인 윙어라기보다 창의적인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깝다”며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토트넘이 원하는 즉시 전력감과는 결이 다를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프랑스 현지 평가는 나쁘지 않다. ‘풋01’은 “시즌 초반 PSG 오른쪽에서 가장 좋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며 이강인의 기술적 완성도와 패스 감각을 높이 평가했다.
그럼에도 결론은 분명하다. 이강인은 ‘잘하는 선수’로서의 평가를 받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한 시즌을 관통하는 ‘빠질 수 없는 선수’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리그1 올해의 팀에서의 제외는 그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강인에게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번뜩이는 장면이 아닌, 감독과 팀이 먼저 찾는 존재가 되는 것. PSG에서든, 다른 무대에서든 그 답을 증명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