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분리 매각’ 승부수는 통할까. 홈플러스가 29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형수퍼마켓(SSM)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하는 내용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통매각이 무산되자 상대적으로 매각 가능성이 높은 SSM 부문을 떼어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고육지책이다. 다만 고물가·고환율 등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아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회생계획안엔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하고 일부 점포를 정리한 뒤 인수합병(M&A)을 재추진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은 회생계획안에 대해 채권단 동의를 받는 절차에 착수하고, 동의 여부에 따라 인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다섯 차례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연장하며 M&A를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달 마감된 인수 본입찰에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청산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정치권에선 지역상권과 일자리 보호를 이유로 농협중앙회가 인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었지만 현실성이 낮단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홈플러스는 사실상 구조조정을 포함한 분리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홈플러스의 알짜 사업부로 통한다. 전체 점포의 약 75%가 수도권에 집중해 있고, 1시간 내 ‘즉시배송’ 시스템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2023년 기준 매출은 약 1조2000억원으로 대형마트 부진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SSM은 근거리 장보기 수요를 흡수해 오프라인 유통 채널 가운데 상대적으로 성장성을 지닌 분야다.
시장에선 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매각가를 7000억원 안팎으로 추산한다. 유력 인수 후보로는 SSM 사업부가 있는 GS리테일·롯데·이마트 등이 거론된다. 지난해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을 추진했을 때도 GS리테일 등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SSM 시장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현재 SSM 점포수는 GS더프레시 581개, 롯데슈퍼 340개, 홈플러스익스프레스 295개, 이마트에브리데이 243개 순이다. GS더프레시가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품에 안으면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지고, 롯데슈퍼가 인수할 경우 GS더프레시를 추월해 새롭게 1위로 올라선다. 다만 GS리테일 관계자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롯데슈퍼와 이마트 역시 인수 검토 사실이 없단 입장이다.
분리 매각을 둘러싼 업계 전망은 엇갈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퍼 점포는 대형마트보다 활용도가 높고,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공급망이 잘 갖춰져 있어 가격 조건만 맞는다면 매각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마트보다 SSM의 경영 환경이 낫긴 하지만, SSM도 유통산업발전법 적용을 받는 만큼 추가 점포를 떠안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현재 SSM은 마트처럼 직영·가맹점 여부와 관계없이 전통시장 1㎞ 이내 출점 제한과 영업시간 제한, 의무 휴업일 지정 등의 규제를 받는다.
홈플러스는 마트의 경우 일부 점포들을 정리하고 인력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여 재매각을 추진할 전망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겸임교수는 “강도 높은 정리로 흑자 점포들만 남겨야 매각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