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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쏟아진 김병기 의혹, 해명 못 하면 거취 밝혀야

중앙일보

2025.12.29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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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진 시켜 부인·아들 특혜받은 의혹 줄이어



여당 실세의 권력 사유화, 국민 눈높이 벗어나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권력형 특혜’를 누리고 보좌진에게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김 원내대표와 가족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전직 보좌진이 폭로한 의혹들은 낯 뜨거운 일탈부터 수사가 필요한 범법 혐의까지 백화점식으로 나열되고 있다. 사실이라면 국회 상임위 권한과 지역구 국회의원 권력을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사유화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다.

김 원내대표의 전직 보좌진이 구체적으로 제기한 의혹의 상당 부분은 가족과 연결돼 있어 국민적 공분이 크다. 권한이 없음에도 대통령에 버금가는 지위를 누리며 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든 김건희씨에 대한 특검 수사 결과가 발표되는 와중에 여당 원내대표의 권력 사유화 의혹을 또다시 지켜보는 상황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어제(29일)는 김 원내대표의 차남이 가상자산 거래 업체에 취업한 경위에 대한 의혹이 폭로됐다. 김 원내대표가 해당 업체 대관 담당 직원들과 식사한 뒤 경쟁 업체를 비판하는 질의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했고, 이후 업체에서는 수학을 전공한 김 원내대표 차남에게 유리한 채용이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이 차남은 앞서 대학 편입에 구의원이 동원돼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예비군 훈련 연기 신청을 보좌진에게 시켰다는 의혹 등이 제기된 바 있다. 김 원내대표의 장남은 국가정보원 취업 과정에 김 원내대표 부인이 국정원 고위 관계자에게 청탁 의심 전화를 한 녹취가 공개돼 논란이 됐다. 또 장남의 국정원 첩보 업무에 국회 보좌진이 동원됐다는 의혹도 있다. 김 원내대표의 부인은 동작구 의회 부의장의 업무추진비 카드로 200여만원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줄 잇는 의혹에 김 원내대표는 납득할 만한 해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쏟아진 의혹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오늘(30일)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매우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의 거취가 민주당 내 친명(이재명)계와 친청(정청래)계의 세력 재편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공학적 계산을 할 때가 아니라 권력형 특혜와 갑질 의혹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게 대처하는 공당의 모습을 보일 시점이다.

여당 원내대표는 청와대 국정감사를 담당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겸하는 자리다. 지난달 김 원내대표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딸의 부동산 갭투자를 의심하는 야당 질의에 발끈하자 “여기가 정책실장이 화내는 곳이냐”고 고함을 질러 화제가 됐다. 이제 남을 탓할 때가 아니다.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할 수 없다면, 자리의 무게에 걸맞은 책임을 지고 거취를 분명히 하는 게 공인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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