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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 한 명 때문에…76명 재판 넘겨졌다, 역대 특검 최다

중앙일보

2025.12.29 07:35 2025.12.2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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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뉴시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김 여사가 대통령의 아내라는 지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고 국가 시스템을 훼손했다고 결론냈다.

특검팀은 29일 180일 동안 진행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여사를 비롯해 20명을 구속 기소하고, 불구속 상태로 기소한 56명까지 포함해 총 76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역대 특검 중 사상 최다 기소 인원이다. 전 영부인이 구속 기소된 것도 헌정 사상 처음이다.

신재민 기자
특검팀이 김 여사를 재판에 넘기면서 적용한 범죄 혐의만 9개에 달한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제공, 건진법사 통한 통일교 금품 수수 및 청탁 등 3개 혐의로 일차적으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통일교인 집단 입당(정당법 위반)으로 추가 기소가 이뤄졌다. 지난 26일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사업가 서성빈씨, 김상민 전 검사, 최재영 목사로부터 각각 금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에 대해 재판에 넘겨졌다.

민 특검은 “대통령 배우자의 권한 남용으로 대한민국의 공적 시스템이 크게 훼손됐음을 여러 사건에서 확인했다”며 “김 여사는 고가 금품을 쉽게 수수하고, 각종 인사와 공천에도 폭넓게 개입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김 여사가 받은 것으로 조사한 금품의 가액을 모두 합치면 3억7725만원에 달한다.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가 전달한 샤넬백 2점과 그라프 목걸이를, 이봉관 회장을 통해 반클리프 목걸이 등 명품 귀금속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배용 전 위원장에게서 금거북이를, 서씨로부터 바쉐론콘스탄틴 시계를 받았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이 외에 이우환 화백의 그림, 로저비비에 핸드백, 디올백 등이 있다.

신재민 기자
장기간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던 사건의 실체를 규명했다는 점도 이번 특검의 성과로 꼽힌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를 공범으로 기소했고,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제공 받고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개입했다는 점도 수사로 밝혔다.

특검법에 명시된 수사 대상만 16개인 만큼 특검 출범부터 김 여사와 그 주변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는 예견됐다. 이 때문에 기소 대상만 76명이라는 결과를 낳았지만, 실제 김 여사가 직접 관련된 범죄 혐의는 이 중 일부에 불과하다. 특검팀은 김 여사와의 관련성을 발견하지 못한 사건들을 결론 내는 대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넘기는 결정을 했다. 1~16호 수사대상 중 경찰로 이첩한 의혹만 12개에 달한다. 집사게이트 의혹은 김 여사와 IMS모빌리티에 대한 대기업의 투자 사이 연관성이 나오지 않았지만 추가 수사 필요성을 이첩 이유로 들었다.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과 검찰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디올백 수수 사건 무혐의 결정에 대해서도 수사했지만 기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끝마치지 못했다.

또한 김 여사의 금품 수수 인지여부 등 윤 전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를 입증하지 못해 뇌물수수 혐의는 적용하지 못한 채 사건을 국수본으로 넘겼다. 특검팀은 대통령 배우자가 법적으로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인 만큼 법리 적용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형근 특검보는 “영부인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에 있어 공무원에 준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어 금품수수의 경우 엄중 처벌될 수 있도록 입법적 보완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진호.최서인.조수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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