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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운하 인근 중국 기념물 철거 '시끌'

연합뉴스

2025.12.2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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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할 시청서 안전문제 들어 심야 제거…중국 정부 반발
파나마 운하 인근 중국 기념물 철거 '시끌'
관할 시청서 안전문제 들어 심야 제거…중국 정부 반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파나마 운하 영향력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파워게임' 한복판에 놓인 파나마에서 중국 커뮤니티 기념물이 시청 주관하에 갑자기 철거됐다.
29일(현지시간) 파나마 주재 중국 대사관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성명과 파나마 아라이한 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파나마 운하 인근 아메리카스 다리 전망대 구역에 설치돼 있던 '중국인 정착 150주년 기념' 조형물이 지난 27일 심야 작업을 통해 제거됐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한밤중 굴삭기가 중국풍 조각들을 떼어내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공유됐다.
해당 조형물은 2004년 파나마와 중국 간 우호 관계를 상징하는 의미로 설치됐다. 파나마 내 중국인 커뮤니티의 '공헌'을 인정하는 차원이었는데, 공식적인 역사 유산으로 지정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아라이한 시청 측은 그러나 파나마 운하 수로를 내려다보는 자리에 있던 이 기념비가 "위험"을 초래할 구조적 손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방문객 안전 문제 역시 고려 대상이었다고 덧붙였다.
현지 일간 라프렌사는 다만 시청에서 관련 기술 검토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구조 보강을 목표로 한 중국 측과의 사전 협의 과정도 없었다고 전했다.
중국 측은 즉각 반발했다.
파나마 주재 중국대사관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성명에서 "불법적이고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엄중한 제재"를 촉구했다.
현지 중국 대사는 철거 현장을 직접 살폈으며, "양국 우정에 큰 상처이자 중국계 파나마인 30만명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파나마 지방정부가 중국 기념비를 철거한 것을 강력히 규탄하며 파나마 측에 항의했다"고 피력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올해 초부터 파나마 운하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한 미국과 중국의 공방에 휘말리며 곤욕을 치러온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아라이한 시장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물리노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아라이한 시장이 아메리카스 다리에 세워진 중국인 공동체 기념비를 철거한 야만적인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 역사 유산 프로그램을 통해 기념물 복원 가능성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파나마는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후부터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에 휘말려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가 중국 영향력 아래에 놓였다"고 주장하면서, 양국 간 조약을 통해 1999년에 넘긴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환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파나마 운하 내 항만 5개 중 2개를 운영하는 홍콩계 업체인 CK허치슨홀딩스를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됐는데, CK허치슨은 중국 당국과는 상관없는 민간 기업임에도 미국계 자산운용회사에 운하 운영권을 매각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미국은 전 세계 해상 무역의 5%를 소화하는 약 80㎞ 길이 파나마 운하의 주요 이용국이다. 파나마 운하청(ACP)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기준 미국 선박은 파나마 운하를 통해 1억5천706만t(톤)을 실어 날랐다. 중국(4천504만t), 일본(3천373만t), 한국(1천966만t) 등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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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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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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