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수술을 받은 할머니와 함께 사는 18살, 아픈 아버지와 세 동생을 돌보던 18살, 어머니를 돌보며 결석과 지각이 잦았던 초등학생, 82살 할머니와 단둘이 생활해 온 청년….
이들은 모두 가족을 돌보느라 일상생활과 학업에 어려움을 겪어온 대구 지역 가족돌봄 아동·청년이다. 대구시는 29일 대구시교육청,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구본부, 대구사회복지관협회와 협력해 고령·장애·질병 등 가족을 돌보느라 어린 나이부터 돌봄의 책임을 떠안은 이들에게 2억2160만원(181건)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은 초등학생 10명, 중학생 41명, 고등학생 45명, 대학생 16명, 기타 6명 등 118명이다.
가족돌봄 아동·청년은 돌봄 부담과 정서적 고립, 학습 결손 등 복합적인 어려움에 놓여있지만, 제도권 내에서 드러나지 않던 대표적인 복지 사각지대 대상이었다. 대구시는 지난 3월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 학기 초 학교에서는 집중 발굴 기간을 운영해 가족 돌봄 학생들을 찾아냈고, 9개 구·군 종합사회복지관은 발굴된 가구를 대상으로 욕구 조사를 한 뒤 학습지원, 정서·심리지원, 생활 안정, 돌봄 연계 등 다양한 통합 서비스를 제공했다.
민간 차원에서 가족돌봄 아동·청년 발굴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이들의 명단을 넘겨받아 기업과 기관 후원으로 마련된 기금으로 1인당 100만~200만원 상당의 자기돌봄비를 지원했다. 지원금은 교재비, 심리상담, 자격증 취득 등 학업 유지와 자립 준비를 위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시는 앞으로 가족돌봄 아동·청년 발굴 체계를 고도화하고, 생애주기별 정책과 연계해 돌봄 안전망을 견고히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김태운 대구시 보건복지국장은 “이번 성과는 행정의 제도적 기반과 민간의 전문성, 현장성이 결합한 협력형 돌봄 모델의 가능성을 확인한 사례”라며 “모든 아동과 청년이 돌봄 부담으로 삶과 미래를 제약받지 않도록 맞춤형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