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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번호판으로 본 북 권력서열, 2번은 내각 총리 박태성

중앙일보

2025.12.2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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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성 북한 내각 총리가 지난 11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3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 7·27 0002' 번호판을 단 승용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고위 간부들이 사용하는 차량 번호판에서 권력 서열을 가늠할 수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0001' 번호판 차량을 이용하는 데 이어, 내각 총리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그 뒤를 잇는 번호를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연합뉴스가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를 분석한 결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7·27 0001' 번호판이 부착된 전용 차량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박태성 내각총리는 '0002',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0003' 번호판 차량을 각각 사용하는 것으로 식별됐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행정부를 총괄하는 내각 총리가 입법부 수장 격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보다 앞선 번호의 차량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은 내각의 정치적 위상이 과거보다 강화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장이 권력 서열 2위로 인식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특히 북한 최고 핵심 권력기구인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호명 순서에서도 최근 박 총리가 가장 먼저 불리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그의 공식적 권력 서열이 사실상 '2인자'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 같은 변화는 김일성·김정일 시기 노동당과 군부가 절대적 우위를 점했던 권력 구조와는 차별화된 흐름으로, 김정은 시대 들어 내각에 정책 집행의 중심 역할을 부여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 체제로서 정책 결정 권한은 노동당에 집중됐고, 내각은 집행기구로서 종속적 지위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지방 발전 20×10 정책’ 등 민생과 경제를 전면에 내세운 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제 전반을 총괄하는 내각 총리의 역할과 위상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군사 분야를 제외하면 박태성 총리가 실질적인 정책 집행 책임자라고 볼 수 있다"며 "차량 번호판과 의전 서열을 통해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상징적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한국에서도 관선 시절 고위 관료들이 특정 차량 번호판을 사용하며 신분과 위상을 드러낸 사례가 있었던 만큼, 북한 고위 간부들의 차량 번호판을 통해 권력 서열을 읽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분석은 주목된다.

고성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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