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추진 중인 5000억원 규모의 가칭 '세계적 공연장' 건립 사업이 건축 거장들의 참여로 디자인 설계 경쟁이 본격화됐다. 프랑스와 덴마크를 대표하는 스타 건축가부터 국내 정상급 설계사무소까지 가세하면서다.
울산시는 최근 시청에서 '기획디자인 국제지명공모' 작품 공개 발표회를 열고 최종 설계 경쟁 구도를 4개 팀으로 압축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 9월 울산시가 지명한 국내외 6개 팀 가운데 실제 울산 공연장 설계안을 제출한 팀들이다.
해외 참여 팀의 면면은 화려하다. 프랑스의 아뜰리에 장 누벨은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이 이끄는 설계사무소다. 파리의 콘서트홀 '필하모니 드 파리'와 도하의 '카타르 국립박물관' 등을 설계한 곳이다.
덴마크의 비야케 잉겔스 그룹(BIG)도 공연장 설계 경쟁에 뛰어들었다. BIG는 쓰레기 소각장 지붕을 주민용 스키 슬로프로 바꾼 덴마크 '코펜힐'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곳이다. 미국 구글 베이뷰 캠퍼스와 덴마크 레고 하우스 등 상징적 건축물을 잇달아 선보인 곳이라는 명성도 있다.
국내에선 디자인캠프 문박디엠피(DMP)와 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가 참여했다. 디자인캠프 문박디엠피는 이화여대 캠퍼스 콤플렉스와 아모레퍼시픽 본사 설계로 알려져 있으며, 더시스템랩은 도시재생과 공공건축을 중심으로 산업시설과 유휴부지를 시민 생활 공간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해 왔다.
울산시는 4개 팀이 제출한 공연장 디자인 설계안을 공개했다. 이를 보면 각 팀의 구상은 울산을 해석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였다.
BIG는 '고래의 노래'를 주제로 '고래도시 울산'이라는 상징을 전면에 내세웠다. 공연장 자체를 도시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장 누벨은 '자연을 무대로 올리다'라는 개념 아래, 공연장과 외부 경관이 하나의 풍경처럼 어우러지도록 디자인 설계를 제안했다.
디자인캠프 문박디엠피와 더시스템랩은 각각 '새로운 땅, 새로운 연결'을 주제로, 태화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울산의 주거·산업 도시 구조를 공연장 공간으로 확장하겠다는 설계 구상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공연이 없는 날에도 시민들이 머물 수 있는 열린 공공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울산의 '세계적 공연장'은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힌다. 사업비 50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연면적 5만㎡, 지상 5층 규모로 2500석 규모의 1관과 1000석의 2관 등 총 3500석을 갖춘 다목적 공연장으로 지어진다. 이는 세종문화회관(2700석), 시드니 오페라하우스(1500석),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2200석)에 뒤지지 않는 규모다. 착공은 2028년, 준공은 2032년이 목표다.
공연장이 지어질 부지는 상징성이 있다. 울산 남구 옛 삼산쓰레기매립장이기 때문이다. 1981~1994년 생활쓰레기가 실제 매립됐던 곳으로, 2009년까지 안정화 작업을 거쳐 현재는 공터로 남아 있다. 울산시는 이를 환경과 도시재생을 결합한 사업 부지 선정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공연장 건립을 위한 아이디어와 설계 역량을 확인하는 단계"라며 "새해 하반기 최종 설계안을 확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