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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고교생 응급실 뺑뺑이…구급대·병원 소통 오류 드러나

중앙일보

2025.12.2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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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부산에서 발생한 이른바 ‘고교생 응급실 뺑뺑이’ 사건의 배경에는 열악한 소아 응급의료 인프라뿐 아니라 구급대와 병원 간 소통 오류가 겹쳤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재발 방지를 위해 구급대와 병원 간 연락 체계를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원, “수용가능” 연락…구급대, “회신 없었다” 주장

30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보건복지부·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해 10월 20일 오전 6시 44분 부산 동래구에서 쓰러진 고3 학생 A군을 이송하기 위해 구급대가 병원 연락을 시작했다. 해운대백병원과 동아대병원에서 소아신경과 진료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은 뒤, 세 번째로 연락한 곳은 양산부산대병원이었다.

양산부산대병원은 오전 6시 50분 A군 상태를 전달받고 “확인해 주겠다”고 답한 뒤 통화를 종료했다. 이후 병원 측은 오전 7시 4분 “수용이 가능하다”며 연락했다고 주장했으나 구급대는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 연락이 엇갈리며 ‘전화 뺑뺑이’ 상황이 이어졌고, A군은 오전 7시 25분 심정지가 왔다. 오전 7시 30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40분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구급대원들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개인 전화와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소방청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된다.

사고 당시 양산부산대병원은 응급의료 종합상황판에 소아청소년과 진료 제한 표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소방 구급상황센터가 이송 가능 여부를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병원은 다시 연락 대상에서 빠졌다. 구급상황센터는 일선 구급대원을 대신해 상황을 총괄하도록 만들어진 조직이다.

고교생 응급실 뺑뺑이 때 구급상황센터도 구급대원과 함께 병원에 연락을 돌렸는데, 당시 진료 제한 표시가 있는 병원 4곳에는 재차 연락하면서 양산부산대병원은 다시 연락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병원에서 회신을 주겠다고 해 기다리던 상황이었다”고 해명했고, 소방청 관계자는 “‘확인 후 회신’이라는 답변 자체가 응급실 메시지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나이 전달 뒤 거절…‘추적 환자’ 확인 절차도 없어

자료에 따르면 11개 병원에 14차례 연락하는 동안 환자 정보를 모두 전달받은 병원은 3곳에 불과했다. 대부분 나이와 증상 정도만 전달됐고, 의식 유무나 체온 맥박, 호흡수, 혈압, 산소포화도 등을 의미하는 활력징후는 공유되지 않았다. 병원들이 환자 나이를 듣고 소아 환자로 판단해 곧바로 거절하면서 추가 정보 전달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소방 측 설명이다.

응급실 상황판에는 ‘추적 환자’ 수용 가능 표시가 있었지만, 실제 이송 과정에서 해당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름을 물어 추적 환자인지 확인한 병원은 11곳 중 1곳뿐이었다.

부산지역 보건의료계 한 관계자는 “응급실 종합상황판과 실제 이송 과정 간 괴리가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며 “구급대와 병원이 정확히 소통했는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영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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