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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는 폭행, 연인은 디지털성폭력 많아…스토킹 3년 연속 증가

중앙일보

2025.12.29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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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분석한 결과, 배우자는 주로 물리적 폭행을, 연인은 디지털성폭력을 가장 많이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친밀한 관계의 폭력 현황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성평등가족부 현판. 연합뉴스
30일 성평등가족부는 제15차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개최하고 여성폭력 실태를 종합적으로 담은 ‘2025년 여성폭력통계’를 발표했다. 여성폭력통계 발표는 2022년 첫 공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통계는 범죄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세분화한 경찰청의 범죄통계를 활용해 전·현 배우자(사실혼 포함),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의 살인·치사·폭력 등 피해를 처음으로 집계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과제인 ‘여성의 안전과 건강권 보장’에 해당한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평생 친밀한 관계에서 여성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19.4%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이러한 관계에서 여성폭력 피해 경험률은 3.5%였다. 평생 혹은 지난 1년간 여성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36.1%, 7.6%인 점을 고려하면 여성폭력 피해의 상당 부분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살인·치사의 경우 검거인원이 지난해 기준 219명에 이르렀다. 전년 205명 대비 6.8% 증가했다. 반면 폭력범죄의 검거인원은 줄었다. 지난해 가해자가 친밀한 관계였던 폭력범죄 검거인원 수는 5만7973명으로 지난해 6만2692명 대비 7.5% 감소했다. 범죄 유형은 폭행·상해(58.6%)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스토킹(11.2%), 협박·공갈(10.1%) 순이었다.

폭력범죄의 범죄율도 만 19세 이상 인구 10만 명당 133.4명으로 전년 144.6명 대비 7.7% 감소했다. 가해자의 성별은 남성이 75.7%를 차지했다. 남성 가해자는 41~50세, 여성 가해자는 31~40세 비중이 가장 높았다.

친밀한 관계 중에서도 피해자가 전·현 배우자인 경우가 61.7%로 과반수였다. 범죄 유형별로는 폭행·상해(75.5%)가 가장 비중이 컸다. 이어 협박·공갈(70.0%), 손괴(67.2%) 등이 뒤를 따랐다. 교제 관계인 경우는 디지털성폭력(94.6%)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번 통계에는 스토킹 범죄도 포함됐다. 조사 결과 지난해 스토킹 범죄 입건 건수는 1만 3533건으로 전년(1만2048건) 대비 12.3% 증가했다. 스토킹 범죄 입건 건수는 3년 연속 증가 추세다. 지난해 스토킹 범죄의 절반 이상(54.2%)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했다. 특히 스토킹 범죄의 43.2%가 전·현애인 관계에서 발생했다. 스토킹 범죄자의 성별 구성은 남성 76.2%, 여성 23.8%였다. 연령별로는 41~50세가 21.8%로 범죄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그동안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던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에 대한 통계를 낸다는 것은 해당 사안의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현상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그 대책도 나올 수 있는데 이제 시작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남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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