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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가족이 글 쓴 것 나중에 알았다" 첫 인정…윤리위 회부

중앙일보

2025.12.30 01:57 2025.12.30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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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인근 쪽문에서 123 비상계엄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위원장 이호선)가 30일 ‘당원 게시판 사건’에 대해 “한동훈 전 대표 가족 명의로 작성된 글로 확인됐으며, 여론을 조작한 정황이 있다”는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한 전 대표를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가족이 비판적 칼럼 등을 올린 걸 처음으로 인정하면서도“저는 (당원 게시판에) 가입한 사실조차 없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문제의 계정들은 한동훈 전 대표 가족 5명의 명의와 동일하다”며 “87.6%(1428건)의 게시글이 단 2개의 아이피(IP)에서 작성된 여론 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 가족 명의로 ‘123’과 ‘192’로 각각 시작되는 2개 IP에서 대부분의 게시 글이 작성됐고, 명의는 한 전 대표의 모친을 포함해 부인·장인·장모·딸 등 5명이었다.

당무감사위는 “이들은 당원 게시판 운영 정책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언론 보도 후 관련 자들의 탈당과 게시 글의 대규모 삭제가 확인됐다”고 했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서도 “디지털 패턴 분석을 통해 한 전 대표에게 적어도 관리 책임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만약 특정인이 복수의 가족 아이디로 수 백 건의 글을 썼다면 여론 조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당원 게시판 사건은 한 전 대표 가족과 동일한 이름을 가진 당원들이 익명으로 운영되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지난해 11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을 비방하는 1600여건의 글을 올렸다는 게 알려지며 시작됐다. 당시 논란이 됐다가 지난 8월 장동혁 대표가 당선되는 과정에서 쟁점으로 재부상했고, 당무감사위는 한 달여 조사 끝에 30일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민 기자

이호선 위원장도 이날 별도 입장문을 통해 “그(복수의) 명의로 당원 게시판에서 조직적으로 활동하며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당내 인사를 비방하고 비정상적으로 여론을 조작한 것은 당원 규정 제2조(성실의무), 윤리 규칙 제4조(품위유지), 당원 게시판 운영 정책(계정 공유 금지, 비방 금지)을 심각하게 위반한 해당 행위이자, 당의 정상적인 게시판 관리 업무와 여론 수렴 기능을 마비시킨 업무방해”라고 했다.


그는 또 “지난해 11월 6일 당원게시판에서 ‘한동훈’ 명의로 쓰인 글 650건 중 646건, 아내 명의 160건 중 160건이 삭제됐다”며 이를 ‘증거 인멸 정황’으로 제시했다. 그는 “한 전 대표에게 지난 29일 오전 소명을 요구했으나 답변이 없었다”며 “정치적·도의적으로 해명을 회피한 것”이라고도 했다.

당무감사위는 한 전 대표 및 그 가족과 관련된 게시글 1631건도 전부 공개했다. 2023년 1월 13일부터 2025년 4월 27일까지 작성된 글엔 “건희는 개목줄 채워서 가둬놔야돼”(장인), “윤석열은 알콜성 치매같고 김건희는 걸레짝 같습니다”(장인), “이 부부는 보수 궤멸시키러 온 좌파의 트로이목마”(딸) 등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다수였다. “추경호, 간신배”(딸), “대전XX 준석이”(장인) 등 보수 진영 인사를 비난하는 글도 있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 2년 권고 결정을 발표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전 대표 명의로도 “김건희, 윤석열 위장 보수였나?”, “딸랑딸랑 친윤들과 술파티”, “김건희 제지 못하면 보수 망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고 당무감사위는 밝혔다.

다만 당무감사위는 징계 권고·의결은 당헌·당규상 현직 당직자만 대상으로 하는 것인 만큼 일반 당원인 한 전 대표에 대해서는 징계 권고안을 의결하지 않고 조사 결과를 중앙윤리위에 넘기기로 했다.

한 전 대표는 조사 결과 발표 뒤 SBS 라디오 ‘주영진의 뉴스직격’에 출연해 “ 1년 반 전에 제 가족들이 익명이 보장되는 곳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린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 한 전 대표가 당원 게시판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며 자신의 가족이 당원 게시판에 글을 썼다는 걸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전 대표는 그러면서 “이것이 비난받을 일이라면 제가 정치인이라 일어난 일”이라며 “저를 비난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다만 한 전 대표는 “ 당무감사위원회에서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것이 있다고 했는데, 이는 명백한 허위”라며 “ 저는 가입한 사실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장동혁 대표에 대해선 날선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작년 말 제가 신뢰하던 장 대표에게 이 상황을 설명했다”며 “(장 대표가) 그때는 익명 게시판이어서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는데, 정치 공세를 위해 이 문제를 다시 꺼내는 것을 보고 안타깝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이후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게시물을 한동훈 명의, 가족들 명의 게시글인 것처럼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며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의도적인 흠집내기 정치 공작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조치로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썼다.

당원 게시판에 자신과 관련 글이 올라왔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참전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저에 대해 인신 공격하는 해당 글들에 대해 깔끔하게 용서하기로 했다”면서도 “황우여 전 대표나 선배 정치인들에 대한 저급한 언급을 보면 그분들에게는 꼭 사과할 정도의 용기는 있는 사람이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게시판엔 한 전 대표 가족 명의로 “황우여 X1XX야. 용산에 한 자리 늙은 XX가 욕심부리지마”라는 글도 게시됐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30일 전북 김제시 새만금33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정책간담회 및 현장 방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공은 윤리위로 넘어간 만큼 장 대표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장 대표가 ‘당성’(黨性·당에 대한 충성도)을 강조한 지 하루 만에 당무감사위 발표가 나온 만큼 추후 징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장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당원 게시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당원과 약속했다”며 “내년 초 공석인 윤리위원장을 선임한 후 징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규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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