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마지막 한 방’이 모든 흐름을 뒤집었다. 양민혁(19, 포츠머스)이 프래튼 파크를 단숨에 뒤흔들며 팀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15경기 동안 잠잠했던 침묵을 깨는, 그야말로 극적인 결승골이었다.
포츠머스는 30일(한국시간) 영국 프래튼 파크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 24라운드 홈 경기에서 찰튼 애슬레틱을 2-1로 꺾었다. 승점 3점을 더한 포츠머스는 시즌 6승 7무 10패(승점 25)로 강등권 탈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내용은 혼돈 그 자체였다. 포츠머스는 후반 24분 코너 쇼네시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후반 추가시간 7분 하비 닙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다 잡은 승리를 놓치는 듯했다. 홈 팬들의 탄식이 터져 나오는 순간,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그러나 진짜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8분, 마지막 공격에서 양민혁이 해결사로 나섰다. 아크 정면에서 세컨드볼을 잡아낸 그는 수비수를 앞에 두고 지체 없이 오른발을 휘둘렀다. 낮게 깔린 슈팅은 골키퍼 손을 피해 골문 좌측 하단으로 빨려 들어갔다. 프래튼 파크는 순식간에 폭발했다.
구단의 반응도 열광적이었다. 포츠머스 공식 SNS 담당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오 신이시여”, “양민혁 사랑해!!!!!!!!!!!!!!”라는 글을 연달아 올리며 극적인 순간을 표현했다. 실망이 컸던 만큼 환희는 더 컸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교체 투입된 양민혁이 추가시간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을 강등권 밖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스카이 스포츠 역시 “경기의 마지막 킥이 승부를 갈랐다. 프래튼 파크에서 나온 가장 극적인 순간”이라고 조명했다.
현지 매체의 평가도 후했다. ‘포츠머스 뉴스’는 양민혁에게 평점 8점을 부여하며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영리한 선택으로 팀을 구했다. 죽음의 순간에 나타난 영웅”이라고 극찬했다.
존 무시뉴 포츠머스 감독도 흥분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20년 동안 이런 경기는 처음 본다. 마지막은 정말 미쳤다”며 “골이 들어가는 장면만 봤다. 추가시간을 준 대기심에게 불평하던 내가, 두 번째 골 뒤엔 그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양민혁 개인에게도 의미가 큰 득점이다. 그는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 임대로 포츠머스에 합류했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출전 기회를 꾸준히 잡지 못했다.
최근 두 경기 연속 결장했고, 이날도 벤치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후반 19분 교체 투입된 그는 단 한 번의 결정적인 장면으로 자신을 증명했다. 지난 10월 미들즈브러전 이후 12경기 만에 터진 골이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는 홍명보호에도 반가운 신호다. 측면 자원의 부진 속에서 양민혁의 부활은 또 하나의 선택지를 제시한다. 극장골로 2025년의 마지막을 장식한 양민혁. 프래튼 파크에서 울려 퍼진 함성은, 그의 시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분명히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