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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종 했나' 교황도 못 바꾼다던 아모림, 스리백 포기하고 포백 전환

OSEN

2025.12.30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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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인환 기자] 후벵 아모림 감독이 마침내 한 발 물러섰다. “교황도 바꿀 수 없다”고 공언했던 스리백 철학에 균열이 생겼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은 아모림 감독이 현실을 택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9일(한국시간) “아모림 감독은 이제 맨유의 포메이션을 바꿀 시점이 왔다고 판단했다. 다만 언론의 압박 때문에 바꿨다면 그것은 곧 자신의 ‘끝’이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변화의 출발점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이었다. 맨유는 지난 27일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었다. 전반 24분 왼쪽 수비수 파트리크 도르구의 하프발리 슈팅이 결승골이 됐다.

결과보다 더 눈길을 끈 건 전술이었다. 맨유는 그동안 고수해 온 3-4-2-1이 아닌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경기 막판에는 사실상 수비수 6명이 라인을 형성하는 ‘식스백’에 가까운 운영까지 나왔다. 점유율은 33.4%로 시즌 최저치였고, 슈팅 수(9-16), 박스 안 터치 횟수(15-43)에서도 크게 밀렸다. 그럼에도 맨유는 실리를 택했고, 시즌 두 번째 클린시트를 챙겼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아모림 감독은 지난 9월 맨체스터 시티전 0-3 패배 이후 극심한 경질 압박 속에서도 “내 전술은 누구도 바꿀 수 없다. 교황조차도 못 바꾼다. 이건 내 직업이고, 내 인생”이라며 스리백 고수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뉴캐슬전을 기점으로 메시지는 달라졌다. BBC에 따르면 그는 “부임 초기에는 그 시스템을 소화할 선수들이 없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건 과정이었다. 지금은 다른 순간이다. 가용 자원이 적고, 우리는 적응해야 한다. 선수들도 왜 변화가 필요한지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건 미디어나 팬들의 압박 때문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바꿨다면 감독으로서 끝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아모림 감독은 포백이 일회성 선택이 아님을 시사했다. 그는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을 때가 오히려 변화의 순간이다. 모든 선수가 복귀하면 항상 수비수 3명으로만 뛰지는 않을 것”이라며 추가 변화를 예고했다.

현재 맨유의 상황도 변화를 부추긴다. 주장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비롯해 해리 매과이어, 마타이스 더 리흐트, 코비 마이누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아마드 디알로와 누사이르 마즈라위, 브라이언 음뵈모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차출로 자리를 비웠다. 메이슨 마운트마저 뉴캐슬전 도중 불편함을 느껴 교체됐다.

고집으로 상징되던 아모림 감독이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했다. 스리백의 시대가 끝을 향하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진화의 시작인지. 맨유의 다음 선택에 시선이 쏠린다.

/[email protected]


이인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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