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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심위 석달째 ‘개점휴업’…안건 13만건 쌓였다

중앙일보

2025.12.3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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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심위가 지난 10월 새출발했지만, 누누티비(위쪽 사진) 접속 차단과 같은 제재 기능은 정지 상태다. [사진 방미심위, 누누티비 홈페이지]
지난 10월 1일 출범한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가 사실상 휴업 상태에서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출범 석달 만에 위원 3명을 위촉하며 기능 정상화를 위한 첫발을 뗐지만 위원장 선임 등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심의 공백’이 발생하는 동안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디지털 성범죄 등에 대한 대응 공백은 커져만 간다.

방미심위는 기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를 대체해 설치된 합의제 심의기구다. 방송 중립성 유지를 위한 편향성 여부를 심의하고 제재 조치를 의결한다. 특정 웹사이트, 소셜미디어 등의 접속을 차단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진다. 불법 동영상 콘텐트 유통으로 논란을 일으킨 ‘누누티비’ 및 유사 사이트에 대한 차단 조치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난 4월말 당시 류희림 위원장 사퇴 이후 8개월간 심의 기능이 멈춰섰다. 방미심위에 따르면 이 기간 처리되지 못한 방송 및 온라인 콘텐트 관련 심의 안건은 약 13만건에 이른다. 위원회 진용이 갖춰지지 않은 까닭이다.

방미심위 위원은 총 9명이다. 이 중 3명을 대통령이 지명해 위촉하고, 3명은 국회의장이 원내 교섭단체와 협의해 추천한 사람, 3명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한 인물을 위촉한다. 위원장은 위원 간 전체회의를 통해 호선(互選)으로 선출한 뒤 국회 인사 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위원 임기는 3년이고 한 번 연임할 수 있다.

지난 29일 이재명 대통령은 고광헌 전 한겨레 사장, 김준현 법무법인 우리로 변호사, 조승호 전 YTN 보도혁신본부장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현재까지 임명된 위원들은 이들 3명이다. 나머지 6명이 추가로 위촉되고 위원장이 정해진 뒤 산하 소위원회가 꾸려져야 심의 기능이 정상 가동할 수 있다. 방송·광고·통신심의소위원회의는 소위원장 포함 위원 5명, 디지털성범죄심의소위원회는 소위원장 포함 위원 3명으로 꾸려진다.

심의 기능을 중단된 사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 방심위가 불법 스트리밍 누누티비에 대한 차단 조치를 했지만 유사 사이트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저작권 침해 발생 건수는 2023년 8727건에서 지난해 3만6396건으로 317% 늘었다. 올해는 8월까지 3만 6621건이 집계돼 이미 지난해 발생 건수를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방심위, 방미심위의 차단 기능까지 멈춘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대응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다. 이에 정부에선 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법 개정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누구나 성범죄 성착취물임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물에 대해서는 방미심위 심의 없이 신속하게 선제적으로 삭제 가능하도록 삭제권을 주는 방안에 대한 제도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며 “피해자를 지원하는 현장과 더 논의해 법 개정안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국 30여개 시민단체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디지털 성폭력 플랫폼 등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정치권은 방미심위 위원 임명 절차를 조속히 마쳐 행정 공백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미심위 지부 관계자도 “조속한 위원 인선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남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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