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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장 주고 ‘트럼프 지지’ 얻었지만…네타냐후 캄캄한 앞길, 왜

중앙일보

2025.12.3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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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란에 엄포를 놓으며 힘을 실어줬지만, 국내 정치적 위기에 처한 네타냐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팜비치 사저 마러라고를 방문한 네타냐후 총리와의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하마스가 합의한 대로 무장 해제를 하지 않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란에 대해서도 “(탄도미사일 및 핵무기 개발) 재개가 확인되면 대가가 (지난 6월 공습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에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치켜세웠다.

네타냐후 역시 트럼프에게 이스라엘 최고 훈장인 ‘이스라엘상’ 수여 소식을 전하는 등 이날 두 정상은 유독 친밀한 모습을 드러냈다. 1953년 제정된 이스라엘상은 ▶학문 ▶문화 예술 ▶유대학 ▶평생 공로 ▶특별 공헌 등 분야별로 이스라엘 발전에 탁월한 기여를 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이스라엘 최고 권위의 민간·문화 훈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인으로는 첫 수상자가 된다.

그러나 트럼프와 끈끈한 유대를 과시했음에도 네타냐후의 앞길은 험난하다는 것이 주요 외신의 평가다. 이스라엘이 중동 평화를 방해한다는 트럼프의 의심이 가시지 않은 데다, 사법리스크에서도 자유롭지 못해서다.

트럼프가 네타냐후에게 실질적 지원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는 네타냐후가 까다롭다는 평가를 내놨다”며 “두 사람 관계가 공개적으론 우호적이어도 사적으론 적대적이란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트럼프는 하마스에 대한 보복의 주체로 미국·이스라엘이 아닌 휴전협정에 나선 59개국을 내세웠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나 헤즈볼라, 시리아 등에 군사행동을 감행한다면 언제든 트럼프가 격노할 가능성이 있다.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에게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도발적인 조치를 자제할 것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국내 상황도 안심할 수 없다. 네타냐후의 뇌물수수·사기 혐의 재판은 트럼프의 사면 압박에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네타냐후가 총리 자리를 지키려면 연정 파트너인 극우세력이 원하는 초정통파 유대교도(하레디)에 징병 면제 혜택 부여 법안을 제정해야 하지만 국민적 반발에 직면할 수 있고, 법안을 못 만들면 연정이 붕괴할 수 있다”며 “네타냐후로선 2026년이 험난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회견에서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며 “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전날 작전명 ‘정의사명-2025’로 이름 붙인 대만 포위 훈련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대만은 “국제법과 국제 질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중국의 대규모 대만 포위 훈련은 이번이 일곱 번째다.





김형구.이승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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