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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주행 누명' 벗은 김보름 은퇴 "말로 담기 어려운 시간 지나왔다"

중앙일보

2025.12.30 15:54 2025.12.3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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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이 2018년 평창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링크에서 큰절을 하며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뉴스1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장거리 간판으로 활약했던 김보름(32·강원도청)이 은퇴를 선언했다.

김보름은 30일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을 통해 “11살에 처음 스케이트를 시작해 2010년부터 2024년까지 국가대표로 얼음 위에 서며 인생 대부분을 보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린 시절 얼음 위에 처음 발을 디뎠던 날부터 스케이트는 내 삶의 전부였다. 어설프게 균형을 잡던 아이는 꿈을 품었고, 꿈을 따라 멈추지 않고 달려왔다”면서 “그 길 위에서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라는 값진 무대와 소중한 순간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김보름은 2014년 소치,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대회까지 동계올림픽에 3회 연속 출전했다. 안방에서 열린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는 여자 매스스타트 은메달을 땄다. 앞서 2017년 강릉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매스스타트 금메달, 같은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50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에서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이 질주를 하고 있다. 뉴스1

다만 힘든 시간도 있었다. 평창 올림픽 여자 팀추월 8강 이후 불거진 ‘왕따 주행 가해자’로 국민적 비판을 받았다. 노선영이 레이스 막판 뒤로 처져 한국이 준결승에 실패한 뒤 “김보름이 따로 훈련하는 등 특별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보람은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딴 뒤 링크 위에서 큰절을 올리며 사과했지만 온 국민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노선영(왼) 선수와 김보름.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가 평창올림픽 이후 특별감사를 진행한 결과 여자 팀추월에서 고의적인 따돌림이 없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여론이 반전됐다. 억울함을 벗은 김보름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오히려 노선영으로부터 훈련 방해와 폭언 등 괴롭힘을 당했다며 2020년 11월 2억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법정 분쟁 끝에 2023년 5월 김보름이 일부 승소했다.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터트린 김보름. 뉴스1
평창올림픽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공황장애까지 왔던 김보름은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해 매스스타트 5위를 차지했고, 2023~24시즌까지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김보름은 “그 여정이 늘 쉽지 만은 않았다. 기쁨의 순간도 있었지만 말로 다 담기 어려운 시간 또한 지나왔다”면서 “결과보다 과정이 더 버거운 날들도 있었고, 다시 일어서야 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그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스케이트를 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장거리 간판으로 활약했던 김보름. 중앙포토

이어 “선수 생활은 여기서 마무리하지만, 스케이트를 향한 마음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많은 어려움과 좌절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로 기억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최근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 중인 그는 “이제 조금 천천히 걸어보려 한다. 운동을 통해 배운 마음가짐과 자세로 새로운 곳에서도 흔들림 없이 내 길을 걸어가겠다.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응원해주고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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