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티(이하 KGM)가 독점하던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기아가 뛰어들며 시장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 ‘불모지’로 여겨진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KGM은 신형 정통 픽업 ‘무쏘’를 공개했다. 가솔린ㆍ디젤로 출시되는 무쏘는 내년 1월 출시 된다. 2002년 ‘무쏘 스포츠’부터 ‘액티언 스포츠(2006년)’, ‘코란도스포츠(2012년)’, ‘렉스턴 스포츠/칸(2018년)’을 이은 후속이다.
KGM은 픽업 시장에서 경쟁자 없는 1위 자리를 누려왔지만, 올해 2월 기아 ‘타스만’이 등장하며 모델 1위 자리를 내줬다. 타스만은 올 11월까지 7986대 등록돼 1위 자리를 꿰찼다. 2위는 올 3월 나온 KGM 무쏘EV(7083대)다.
국내 시장은 성장세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1월 픽업트럭 신차 등록 대수는 2만3495대로, 전년 동기(1만3060대) 대비 80% 증가했다. 지난해 판매량이 5000대 가까이 감소하며 하락세를 보였으나 올해 반등에 성공했다. 업계는 기아 타스만이 ‘메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제조사들의 노력도 한몫했다. 승차감을 개선하고, 도심 맞춤 픽업을 출시하면서다. 신형 무쏘는 최저지상고를 20㎜ 낮춘 ‘그랜드 스타일’ 모델과 7가지 색상을 제공한다. 기아 타스만은 가족 고객을 겨냥해 2열에 리클라이닝 시트를 탑재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소비자까지 타깃을 확장하려는 시도다.
업계 관계자는 “픽업은 경기에 민감한 차종”이라며 “전기부터 가솔린까지 동력 계통이 다양해지며 내년 교체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내 픽업 시장 파이는 제한적이다. 이에 해외 시장이 돌파구로 꼽힌다. 기아는 타스만을 중남미 시장에 출시했다. 픽업이 전체 차량의 20%를 차지하는 시장이다. 11월까지 타스만은 1만5340대가 수출돼 내수를 훌쩍 넘었다. KGM 무쏘 스포츠/칸은 9935대, 무쏘EV는 2543대 수출됐다. 주요 수출국은 튀르키예(2380대) 호주(1477대), 영국(880대) 순.
다만 픽업의 고향이자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진출엔 한계가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픽업 제조사 경쟁이 치열하고, 픽업 관세를 25%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