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한국 정부와의 사전 협의 없이 발표한 '셀프 조사' 결과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그대로 공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현지시간) SEC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쿠팡은 전날 제출한 보고서에서 "고객 계정 3300만건에 접근이 있었지만 범인이 저장한 데이터는 약 3000건에 불과하며 해당 정보는 제3자와 공유되지 않은 채 삭제됐다"고 밝혔다.
이는 쿠팡이 지난 25일 공개한 자체 조사 결과와 동일한 내용으로, 수사기관을 통해 공식 검증된 결과는 아니다.
앞서 쿠팡 사태 범정부 태스크포스 팀장인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해당 발표에 대해 정부와 합의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쿠팡은 SEC 공시에서 해당 조사 결과가 수사기관이나 제3자가 아닌 자사 자체 조사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명시하지 않았고,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도 포함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 26일 배포한 해명 보도자료를 번역해 첨부하며 조사가 정부 지시에 따라 정부와 협력해 진행됐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다만 공시의 미래예측 진술 항목에서는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내용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을 형식적으로 언급했다.
쿠팡은 이번 공시에서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발표했다고도 밝혔으나, 이 역시 한국 소비자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피해 축소와 기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한국 정부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는 내용의 공시를 강행한 배경으로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로서 주가 하락을 방어하고, 공시 지연에 따른 집단소송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30일 뉴욕 증시에서 쿠팡 모회사 쿠팡 아이앤씨 주가는 전일 대비 1.35% 하락한 24.1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