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저수지(Aurora Reservoir) 인근의 대규모 석유·개스정(oil and gas wells) 시추 사업이 주규제당국에 의해 집행이 정지됐다. 이 개발에 반대해온 주민들은 일단 잠정적인 승리라고 자축하면서도 개발업체가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 덴버 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석유·개스정 시추 및 개발업체인 시비타스 리소시스(Civitas Resources)는 올해 들어 승승장구해 왔다. 콜로라도 주정부와 카운티 당국은 이 기업이 신청한 오로라 남동쪽의 바람 부는 초원지대에 위치한 시추 패드 3곳을 승인했다. 해당 부지는 수백채의 주택과 주내 세 번째로 큰 도시인 오로라의 주요 식수원 인근에 있으며 총 시추공수는 60곳에 육박한다.
그러나 지난 12월 10일, 시가총액 23억달러 규모의 이 회사는 벽에 부딪혔다. 주정부의 석유·개스 규제 기관인 에너지·탄소관리위원회(Energy and Carbon Management Commission/ECMC)는 4대 1의 표결로 시비타스의 ‘스테이트 선라이트/롱(State Sunlight/Long)’ 시 해당 사업은 35에이커 부지에 32개의 시추공을 설치하는 계획으로, 오로라 저수지와 시 남부 사우스쇼어 주거지에서 불과 0.5마일 남짓 떨어진 곳에 들어설 예정이었다. 브렛 애커먼(Brett Ackerman) 커미셔너는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시비타스의 자회사 크레스톤 피크 리소시스(Crestone Peak Resources)가 인근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애커먼 위원은 “이 패드를 부지 경계에 인접한 밀집 주거지에서 더 멀리 떨어진 위치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함으로써 이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ECMC로부터 랜디 윌러드(Randy Willard)가 원했던 ‘불허’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로라 톨게이트 크로싱 지역에 11년째 거주 중인 62세의 윌러드는, 올해 로우리 랜치(26,500에이커)에서 다른 시추 패드들이 연이어 승인된 흐름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을 ‘일단의 승리’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윌러드는 “좋은 결과이긴 하지만, 아직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완전히 거부된 것도 아니고,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진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2,500명의 회원을 둔 시민단체 ‘오로라 저수지 지키기(Save the Aurora Reservoir/STAR)’의 회장으로, 거의 3년 동안 시비타스의 시추 계획에 맞서 싸워 왔다. 주민들은 주택 바로 동쪽에서 100개가 넘는 석유·개스 시추공이 가동될 경우, 특히 어린이들의 건강에 위험이 될 수 있고 4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식수원인 오로라 저수지가 오염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3월, 콜로라도 공중보건대학(Colorado School of Public Health)이 석유·개스 시추공 인접성과 소아 백혈병 간의 연관성을 제시한 연구를 발표하면서 반대 움직임은 더욱 힘을 얻었다. 계획된 스테이트 선라이트/롱 시추 패드에서 반경 1마일 이내에는 학교 4곳이 있다. 시비타스는 해당 패드 이후에도 로우리 랜치에 3곳의 추가 시추 패드를 더 계획하고 있다. 모두 7개 패드, 총 112개 시추공이다. 이는 2024년 8월 ECMC가 포괄적 개발계획 심의를 통해 승인한 166개 시추공보다 줄어든 규모다. 윌러드는 “지금은 쉴 때가 아니다. 이 계획에 대해 계속 의견을 제시할 것이고 불허 결정을 요구하는 활동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비타스는 언제 다시 신청서를 위원회에 제출할지, 또는 위원 5명이 검토할 새로운 후보지를 제시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이 회사 대변인 리치 쿨리지(Rich Coolidge)는 덴버 포스트에, 위원회의 신뢰를 얻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결정은 연기됐지만, 주의 보호 규정에 따라 해당 부지가 승인 가능하다는 점에 대체로 동의하는 ECMC 위원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보완 정보를 제출하라는 방향을 제시받았다”고 전했다. 집행정지에 반대표를 던진 유일한 인물인 마이클 크로스(Michael Cross) 커미셔너는 12월 10일 청문회에서, 시비타스가 시추와 생산 과정에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접근 도로 이전, 시추 장비 전기화로 인한 소음·오염 저감, 트럭 대신 파이프를 통한 운송 등이 포함된다. 크로스는 “간단히 말해, 여기서 합의된 최선관리기법(best management practices)과 운영 계획은 우리가 본 것 중 가장 보호적인 조치들”이라고 말했다. 쿨리지는 콜로라도주 공중보건환경국(Colorado Department of Public Health and Environment), 콜로라도 야생동물국(Colorado Parks and Wildlife), 오로라시(City of Aurora) 등 주정부 기관과 지방정부로부터 이 패드에 대한 반대 의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아라파호 카운티 정부는 지난 5월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사우스쇼어 지역에 아내와 함께 약 3년째 거주 중인 은퇴한 소화기내과 전문의 사카와트 후세인(Sakhawat Hussain)은 논란이 커진 데 놀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집 뒤뜰은 스테이트 선라이트/롱이 들어설 수 있는 위치에서 약 0.5마일 떨어져 있다. 그는 “뒤뜰에서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내 앤 후세인(Ann Hussain)은 웰드 카운티를 예로 들었다. 지난 4월 6일 갤러턴 인근에서 셰브런(Chevron)의 석유·개스 시추공이 대규모 분출 사고를 일으켜 닷새간 지속됐고, 초등학교 폐쇄와 14가구 대피로 이어졌다. 벤젠을 포함한 유독 화학물질이 공기 중에 퍼지고 연못과 하천으로 흘러들며 지하수로 스며들었다. ECMC는 현재 이 사고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