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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네덜란드 미군묘지서 흑인 지우기…안내판 슬쩍 철거

연합뉴스

2025.12.30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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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참전 미군 8천300명 안장…트럼프 '다양성 폐기'에 흑인만 삭제
美, 네덜란드 미군묘지서 흑인 지우기…안내판 슬쩍 철거
2차대전 참전 미군 8천300명 안장…트럼프 '다양성 폐기'에 흑인만 삭제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네덜란드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 흑인 병사들을 기리는 안내판이 슬그머니 철거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31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 산하 미국전쟁기념비위원회(ABMC)는 올해 봄 약 8천300명이 안장된 네덜란드 남부 마르그라텐의 미군 묘지 방문자센터에서 흑인 병사들에 관한 안내판 2점을 예고 없이 철거했다.
철거된 안내판 중 하나는 1945년 전우를 구하려다 숨진 흑인 병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고, 다른 하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내 인종 분리 정책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폐기하라는 행정명령을 잇달아 발표한 이후 이뤄져 논란을 키웠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네덜란드 현지 매체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내부 이메일에 따르면 이번 철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른 조치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이후 진보 진영의 의제인 정치적 각성(woke)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DEI 정책 폐기를 추진하고 있다.
유족들과 네덜란드 현지 사회는 이번 철거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군 흑인 병사와 네덜란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코르 린센(79) 씨는 "이것은 중요한 역사의 일부"라며 "안내판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지방정부 역시 안내판의 원상 복구를 요구했고, 현지 단체인 '흑인 해방자 재단'은 철거된 안내판을 위한 별도의 영구 전시 공간을 물색하고 있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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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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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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