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중도 사퇴로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보궐선거 레이스가 빠르게 예열되고 있다. 31일 3선의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당원과 의원 동지들로부터 원내대표로 신임받는다면 잔여 임기만을 수행하고 연임에는 도전하지 않겠다”며 국회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정상 임기(1년)의 절반도 되지 않는 4개월 임기를 감수한다는 일종의 ‘배수진’인 셈이다. 진 의원은 “원내대표가 중도에 사퇴한 엄중한 상황을 수습하고 당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일이 참으로 시급하다”며 “당이 어려울 때 헌신하는 것은 평생 당이 제게 보내준 신임에 보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섭렵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당과 원내를 아우르는 이런 경험이 당을 수습하는 데 유용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진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일 때 당 정책위의장 등으로 활동했다. 특히 금융투자소득세와 양도세 완화 문제를 두고 당 지도부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어 이재명 체제 ‘레드팀’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명·청(이재명·정청래)대전’이라고 얘기될 정도로 당과 청와대가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것도 문제”라며 “누군가는 이런 위기를 선명하게 지적하고 풀어나갈 때”라고 강조했다.
당내 정책통으로 분류되는 진 의원은 현 원내지도부가 내란재판전담부 설치법 등을 본회의 상정 직전 수 차례 수정한 전례를 비판하기도 했다. “마지막 순간에 법안이 수정안으로 처리되는 과정들을 보며 위기의 징후라고 생각했다”며 “당청 간 밀도 있는 소통이 있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성과를 내기에 4개월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진 의원은 “당이 원칙을 일관적으로 견지한다면 시간을 오래 들일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진 의원의 돌직구 직진에 나머지 주자군도 물밑 수싸움을 치열하게 이어가는 분위기다. 4선의 서영교 의원과 3선의 박정·백혜련·한병도(가나다순) 의원이 출마 여부와 시기를 타진하고 있다. 다만 내년 5월 임기 1년의 원대 도전을 고려했던 일부 주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4개월짜리에 출사표를 내는 것이 맞나’라고 고심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날까지 당 일각에서는 “당규를 개정해 1년의 임기를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맹성규 의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여러 건의가 있는 건 알고 있다. 상황을 보겠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정청래 대표가 임기 연장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4개월짜리 후보를 다른 후보들이 전략적으로 밀어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대변인은 이날 라디오에서 “4개월만 하고 연임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선명한 전략을 사용하는 후보가 나오면 (다른 후보들이) 이분을 밀어주고, 다음 정식 원내대표 선거에 나가 1년을 해야 되겠다는 수준으로 정리가 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보궐선거는 다음 달 11일 최고위원 보궐선거와 함께 치른다. 당내 선관위가 이날 첫 회의를 열어 다음 달 5일 후보 등록을 접수하고 7일 권리당원 선거인단을 확정하는 등의 일정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