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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반구 아르헨, '극한폭염'속 수도권 최대 95만 가구 정전

연합뉴스

2025.12.31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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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온도 42도에 대규모 정전…전기요금 330% 인상에도 해결책 안 보여 시민들 SNS에서 정부와 배전사 맹비난…"정전은 연말연시 의례 행사"
남반구 아르헨, '극한폭염'속 수도권 최대 95만 가구 정전
체감온도 42도에 대규모 정전…전기요금 330% 인상에도 해결책 안 보여
시민들 SNS에서 정부와 배전사 맹비난…"정전은 연말연시 의례 행사"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남반구에 위치한 아르헨티나에서 연말연시를 앞두고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에노스아이레스시와 수도권 전역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해 95만여 가구가 전력 공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3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전력 당국에 따르면, 이번 정전은 전력 배전사 에데수르(Edesur)가 운영하는 변전소의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발생했다.
이날 새벽 이미 공식 사이트를 통해 95만2천여 가구 이상이 정전 피해를 본 것으로 공지됐으나 해당 사이트가 일시적으로 다운됐던 것을 감안하면, 피해가구는 1백만 가구를 상회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전은 며칠 전부터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시의 중산층 거주지 레콜레타와 한인 교민 의류 도매상점이 밀집한 플로레스 지역에서 간헐적으로 시작돼 30일 주요 주거지역 및 수도권 남부 일대까지 가파르게 확산했다.
30일 오후 체감온도가 42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 부에노스아이레스시의 일부 지역에서 총 3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봤다고 당국은 발표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전사태 규모가 커지면서 당국의 공식 사이트는 오류를 일으키며 접속이 중단됐다. 새벽 3시 30분이 되어서야 해당 페이지가 복구되면서 새벽 1시 30분, 자료가 공개됐고, 이 시점에도 총 95만여 가구가 전력 공급 중단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광역권 정전 지도에는 수도권(AMBA) 대부분 지역이 붉은색으로 표시돼 피해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이번 정전 사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해시태그 '#SinLuz(정전)'가 SNS 실시간 화제어로 떠오르면서, 이용자들은 배전사인 에데수르와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에 대한 불만과 항의를 잇달아 표출했다.
밀레이 집권 후 2년간 전기요금은 평균 330%, 일부 500% 이상 급등했지만, 정전사태는 지속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평소 야간에도 조명이 유지되는 '7월7일 대로'(9 de Julio) 일부 구간이 암흑에 잠긴 모습이 공유되며 시민들의 불안을 키웠다.
시민들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랜드마크인 오벨리스크가 암흑에 갇힌 사진을 공유하면서 폭등한 전기요금에도 불구하고 전력 사정은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아르헨티나는 남반구에 위치해 있기에 한국 등과 반대로 현재 여름이다. 국립기상청은 지난 28일 폭염으로 황색경보를 발령시켰으며, 30일은 오렌지색 경보로 격상하면서 체감온도가 42도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번 정전은 여름철 전력 수요 급증으로 반복적으로 발생해 온 구조적 문제가 다시 한번 드러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급등한 전기요금으로 시민들은 에어컨 사용을 예년보다 자제하고 있으며, 전력 사용량이 최대치를 기록하지 않았음에도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것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회계사인 마리아(52) 씨는 "정부는 전기요금이 정상화되면 투자가 이어져 원활한 전기공급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나아진 건 없고 해마다 같은 일이 발생한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레콜레타 지역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카를로스(45) 씨는 "시골도 아니고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지인 레콜레타에서 매해 여름만 되면 정전사태가 발생한다. 상업용 전기세는 거의 500% 폭등했는데 전기가 없어서 연말 대목을 놓쳤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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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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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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