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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성과급의 계절’…손 내미는 반도체·조선, 손 시려운 석화·배터리

중앙일보

2025.12.3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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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연말 재계 성과급 지형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반도체·전력기기·조선 등 글로벌 수요 회복이 뚜렷한 산업에서는 기본급의 수백~수천%에 이르는 ‘역대급’ 성과급이 예고된 반면, 석유화학·배터리 등 업황 부진 업종에서는 구조조정 논의가 이어지며 가라앉은 분위기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내망을 통해 2025년 사업부별 초과이익성과급(OPI) 예상 지급률을 공지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예상 지급률은 개인 연봉의 43~48%로, 제도 도입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OPI는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로, 소속 사업부 실적이 목표를 달성했을 때 초과 이익의 20%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한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부문은 45~50% 수준의 성과급이 예상된다. 반면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네트워크(NW) 사업부의 지급률은 9~12%에 그쳤다. DS 부문은 범용 D램 가격 반등과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증가에 힘입어 성과급이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으로도 월 기본급의 최대 100%를 지급한다.

SK하이닉스도 성과급 규모가 크게 늘 전망이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9월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전환하고, 기존 PS 상한선이던 기본급의 1000%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올 초 지급될 성과급은 1인당 평균 1억원을 웃돌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수퍼사이클의 수혜를 입은 전력기기 업계 역시 ‘성과급 잔치’에 합류했다.



SK하이닉스, 기본급 1000% ‘상한선’ 폐지…석화 업계는 구조조정 논의

HD현대일렉트릭은 2025년도 성과급 지급률을 기본급 대비 1195%로 공지했다. 지난해(1077%)를 넘어선 역대 최고치다.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북미·유럽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맞물리며 초고압 변압기 등 주력 제품 판매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회사는 통상 영업이익률의 60~70배 수준을 성과급으로 산정해 왔는데, 2025년 영업이익률이 2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2년 연속 1000%대 성과급을 받게 됐다.

분위기가 좋은 건 조선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1일 출범한 통합 HD현대중공업은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추진을 앞두고 비연봉제 직원에게 기본급 대비 600%대 성과급을 지급한다. 합병 전 HD현대중공업 소속 직원은 기준임금의 638%, HD현대미포 소속 직원은 559%를 받게 된다. 생산직은 조직 및 개인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되며, 일부는 추후 정산 방식이 적용된다.

반면 석유화학과 배터리 등은 전반적인 업황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성과급 기대감도 크게 낮아졌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가 겹친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성과급 축소는 물론 인력 재배치와 구조조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배터리 업체 역시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로 실적 부담이 커지면서 연말 보상보다는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는 상황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AI 반도체, 전력 인프라, 조선 등은 글로벌 정책과 수요에 직접적으로 연결돼 실적 개선이 이어지는 반면, 공급 과잉 분야는 조정 국면에 머물러 있다”며 “이 같은 산업 간 격차가 성과급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영우.이수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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