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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의 과학 산책] 기적의 해

중앙일보

2025.12.31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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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 고등과학원 HCMC 석학교수
“자연과 자연의 법칙이 어둠에 묻혀 있었으나, 신께서 ‘뉴턴이 있으라’ 하시니 세상이 곧 빛으로 가득 찼다.”

1665년 6월, 도시는 죽음의 공포에 휩싸였다. 수만 명의 사람이 전염병으로 죽어갔다. 공공시설은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도시에서 탈출하기 시작했다. 런던에 흑사병이 창궐한 것이다. 결국 도시가 폐쇄되었다. 케임브리지 대학도 휴교에 들어갔고 학생이었던 아이작 뉴턴(1642~1727·사진)은 고향인 울즈소프로 내려갔다. 당시 그의 나이 23살, 1667년 봄까지 18개월 동안 울즈소프에서 고립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이 기간 내내 깊은 사색에 몰입했고 케임브리지로 돌아왔을 때는 유명인이 되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당시 학자들은 달의 운동 원리를 찾고 있었다. 뉴턴은 울즈소프에 있을 때, 지구 위의 물체가 지구로 끌려가듯 달도 같은 법칙을 따를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런데 달은 왜 지구로 떨어지지 않는 걸까? 그는 얼마 후 답을 찾았다. 그 비밀은 지구의 중력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이른바 ‘역제곱 법칙’에 있었다. 훗날 뉴턴은 이렇게 고백했다. “이를 찾기 위해 그때 많은 계산을 했어요. 얼마나 많이 했는지 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였죠.” 그는 이 법칙과 달의 공전 속도를 이용해 달이 우주로 달아나지도, 지구로 떨어지지도 않고 궤도운동을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같은 시기에 현대 수학의 디딤돌인 미분법을 발견했으며, 또한 프리즘 실험을 통해 빛의 입자설을 주장했다. 이 놀라운 성취들이 1666년 한 해에 모두 이루어져 흔히 1666년을 ‘기적의 해’라고 부른다. 이 글의 첫머리는 시인 알렉산더 포프가 뉴턴의 업적을 칭송하기 위해 쓴 시로, 단 한 문장이면 충분했다! 1666년은 병오년 붉은 말의 해였다. 2026년 다시 찾아온 붉은 말의 해가 뉴턴에게 그랬듯, 무엇을 꿈꾸든 우리 모두에게도 기적의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우영 고등과학원 HCMC 석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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