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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필향만리’] 致遠恐泥(치원공니)

중앙일보

2025.12.3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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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 해도 그 안에는 나름의 이치가 있고 배울 점도 있다. 그러나 원대한 꿈을 가진 사람은 그런 작은 일에 정신을 팔지 않는다. 자칫 작은 재미에 빠져 원대한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방해를 받을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의 말이다. 멀리 가야 할 말이 한눈을 팔다가 진흙탕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비유한 ‘치원공니(致遠恐泥)’라는 말이 절실하게 들린다. 사소한 일에 매몰되어 큰일을 저버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致: 이를 치, 遠: 멀 원, 恐: 두려울 공, 泥: 진흙 니. 멀리 이르려는데 진흙탕에 빠질까봐서. 28x68㎝.
‘목불능양시이명, 이불능양청이총(目不能兩視而明 耳不能兩聽而聰)’이라는 말이 있다. ‘눈은 두 곳을 보면서 밝게 볼 수 없고, 귀는 두 소리를 들으면서 또렷하게 들을 수가 없다’는 뜻이다. 『순자』 ‘권학편’에 나오는 말이다. 자기 인생의 목표로 세운 본업에 눈과 귀를 집중해야 한다. 해보고 싶은 일이 널려있다 해서 다 해보려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는 하나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결국 실패한 인생을 살게 된다. 그래서 ‘팔방미인은 굶어 죽기 쉽다’는 속담이 있다. 뜻을 굳게 세워야 사소한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 말년에야 따로 장수할 계획을 짜려 말고 평소 절제하여 본래의 뜻과 본업에 집중하자. 쓸데없는 짓을 안 하는 것이 진짜 장수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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