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조건형의 마켓 나우] 예금과 투자 사이 새로운 길, 종합투자계좌

중앙일보

2025.12.31 07:1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조건형 한국투자증권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그룹 그룹장
자본시장은 하나지만, 자금의 세계는 둘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전통적으로 주식과 채권, 부동산이라는 익숙한 영역에서 자산을 운용해 왔다. 반면 은행이나 증권사의 고유자금,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주로 향하는 곳은 기업대출, 구조화 금융, 인수금융,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훨씬 복잡하고 전문적인 영역이다. 같은 자본시장 안에 있지만, 두 영역은 그동안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어려웠다.

종합투자계좌(IMA)는 이러한 단절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로 주목받고 있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을 갖춘 대형 증권사가 자기 신용을 바탕으로 고객의 원금을 보장하고, 해당 자금을 기관투자자 방식으로 운용한 뒤 성과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예금 수익률에는 만족하지 못하지만, 주식이나 펀드, ETF 등 공격적 투자에는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에게 IMA는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개인은 예금과 유사한 안정성을 추구하면서도, 그동안 기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기업금융 분야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기업의 성장은 아이디어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사업성이 충분하더라도 필요한 시점에 자금이 공급되지 않으면 성장은 지연되거나 멈춘다. 자본시장의 중요한 역할은 기업의 자금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적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 있다. IMA는 개인의 자산을 기업대출, 구조화 금융, 프로젝트파이낸싱 등으로 연결해 자본이 기업의 투자와 사업 확장, 나아가 고용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자금이 원활히 공급될수록 기업 활동은 보다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추진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IMA는 기업의 이른바 ‘돈맥경화’를 완화하도록 도울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자금이 적시에 공급되고 생산적인 투자로 연결될수록 국가 경제 역시 보다 안정적인 성장 경로를 확보할 수 있다.

지난 12월 중순 일부 대형 증권사가 IMA를 출시하면서 주식·채권·부동산 중심의 전통적인 자산 구성에서 한 걸음 나아간 형태를 선보였다. 예금보다 높은 수익 기회를 제공하고, 개인 자산이 기업의 투자와 사업 확장, 고용으로 이어져 실물경제와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IMA는 개인의 돈이 처음으로 ‘기관의 길’을 걸어볼 수 있게 만든 장치다. 예금에 머물던 돈이 기업의 투자와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자본시장의 진화라 할 만하다. 증권사의 건전성 관리와 투명한 운용, 충분한 리스크 설명이 함께한다면 IMA는 ‘새로운 상품’을 넘어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금융 인프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조건형 한국투자증권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그룹 그룹장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