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 사장에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방해 혐의 사건 변호인이자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성식 변호사가 내정됐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장관 또는 주요 공공기관장에 사법시험·사법연수원 동기가 등용된 게 이번이 아홉 번째라고 한다. 그중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조원철 법제처장, 차지훈 주유엔대사와 김 내정자 등 4명이 이 대통령의 형사사건 변호인을 맡은 경력이 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포스트에도 이 대통령의 동기 또는 변호인이 여럿 포진해 있다. 공직 인사 때마다 ‘보은 인사’ ‘변호사비 대납 인사’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상당수는 해당 분야 전문가로 보기엔 경력이 부족해 보이는 경우가 많아 야권에선 “공직을 개인 로펌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예보 사장은 예보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과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위원회는 김 내정자가 30년 이상 판사와 변호사로 재직하며 파산 절차와 금융 관련 자문과 소송 등 다양한 법률 업무 경험을 축적해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이 인사에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의심일 것이다. 예보는 금융회사 파산 시 예금의 지급을 보장해 예금자를 보호하고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공공기관이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유재훈 현 사장은 기획재정부 출신이고, 앞선 정부에서 임명된 사장들도 대부분 경제 관료 출신의 금융 전문가들이었다. “전문성과 독립성이 생명인 금융 공공기관의 수장 자리를 대통령 측근에게 선사했다”는 야권의 비판에도 일리가 있다.
김 변호사 내정이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는 점도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 대통령은 그제 국무회의에서 이 후보자 파격 인사 논란을 의식한 듯 “파란색 좋아하는 사람이 권한을 가졌다고 그 사회를 통째로 다 파랗게 만들 수 없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사회 통합을 위해 탕평 인사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였지만, 같은 날 자신의 변호인 출신에 대한 보은성 인사를 반복한 것은 통합의 진정성을 퇴색시킨 조치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