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력 수급 추계위(추계위)가 진통 끝에 2040년 의사가 최대 약 1만1000명 부족할 거란 공식 추계를 내놨지만,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추계위 안팎에선 기존에 논의하던 모형이 갑작스레 빠지면서 추계치가 크게 축소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추계 결과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향후 의대 정원 결정 과정에 적극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30일 추계위는 12차 회의를 진행한 뒤 기초 모형을 토대로 했을 때 2040년엔 의사가 5704~1만1136명 부족할 것이란 전망을 밝혔다. 앞서 8일 회의에서 나왔던 ‘최대 1만8700여 명 부족’ 추계보다 많이 감소한 수치다.
추계위는 의사 인력의 중장기 수급을 파악하기 위해 설치된 독립 심의 기구다. 이를 바탕으로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은 이르면 이달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결정한다. 추계위가 의대 정원 조정의 근거를 제시하면서 보정심이 증원을 택할 가능성은 커졌지만, 그 폭은 줄어들게 된 셈이다.
추계위 논의에 반발해온 의료계 눈치 때문에 과학적 추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위원 15명 중 8명은 의협 등 공급자(의료계) 추천 인사인 데다, 정부 등에서 ‘합의’를 종용하는 분위기가 컸다는 것이다. 한 추계위원은 “(지난해 12월 30일 회의에서) 그동안 논의해온 1만8000여 명 부족 모형을 사실상 투표로 날리고,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의료계 측 모형을 비롯한 나머지 안으로만 논의가 이뤄졌다”면서 “꾸준히 늘고있는 국민 1인당 의료 이용량이 향후 유지될 거라고 가정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추계위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도 “정치적 고려가 들어간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또 다른 추계위원은 “의료계 추천 위원이 과반이라 논의가 쉽지 않았다”면서도 “1만8000여 명 모형이 의료계 반대로 빠졌지만, 1만1000여 명도 큰 틀에선 원래 논의되던 안이었다. 의료계·비의료계 의견이 다 반영되면서 그쪽으로 결정된 셈”이라고 했다.
31일 전공의 등이 모인 온라인 대화방에선 의사 부족 추계치가 너무 많다는 반응이었다. “의료계 추천 위원이 많았는데도 나온 결과는 심각하다”거나 “최소 500명 이상 증원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왔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추계치에 대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성명서를 냈다.
의협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의사 노동량 등에 대한 정확한 조사 없이 시간에 쫓겨 발표한 건 유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추계 자체를 거부하진 않았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공이 보정심으로 넘어갔으니 추계위 결과를 자체 검증하되, 이를 바탕으로 보정심 논의에서 의협 입장을 반영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