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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 중국인 닝닝만 빠져…홍백가합전 덮친 ‘중·일 충돌’

중앙일보

2025.12.3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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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NHK 홍백가합전에 걸그룹 에스파의 중국인 멤버 닝닝(사진)이 불참하면서 악화하는 중·일 관계의 불똥이 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2월 29일 “닝닝은 병원에서 인플루엔자(독감) 감염을 진단받고 휴식을 권유받았다”며 불참 소식을 알렸다. 이에 따라 에스파는 31일 도쿄에서 열린 NHK 홍백가합전에 닝닝을 제외한 카리나, 윈터, 지젤 등 3인만 출연했다.

앞서 닝닝은 2022년 팬 플랫폼 ‘버블’에 공유했던 버섯 모양의 조명이 최근 재주목받으면서 곤욕을 치렀다. 일본 네티즌들이 원자폭탄 폭발 후 생성되는 ‘버섯구름’을 연상시킨다며 “역사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질타를 쏟아내면서다. 이들은 ‘에스파의 홍백가합전 출연을 취소하라’는 서명운동을 벌였고, 31일 현재 14만6800여 명이 참여한 상태다. 닝닝 측이 ‘독감’을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이런 압박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3년 전 올렸던 게시물이 재부각된 것은 작금의 중·일 관계가 반영됐을 거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로 에스파 홍백가합전 논란은 중·일 관계의 대리전처럼 비화하는 측면이 있다. 지난해 12월 2일 일본 참의원 총무위원회에서는 일본유신회 소속 참의원 이시이 나오코(石井苗子)가 NHK 측에 에스파의 출연 배경과 판단에 대한 근거를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NHK 측은 “소속사에 확인 결과, 해당 멤버가 ‘원폭 피해를 조롱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전달받았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각종 SNS에선 “중국인 오지 마”라는 노골적인 게시글이 올라오고, 중국의 SNS ‘웨이보(微博)’에선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과거 어떤 일을 했는지 모르나”며 반발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12월 29일 “이번 일로 에스파가 일본에 사과하면 중국 팬들의 분노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짚었다. 중국에서는 일본 톱가수 하마사키 아유미(浜崎あゆみ)가 상하이 콘서트 하루 전 ‘불가항력의 요인으로 중지한다’는 일방적 통보를 받고 무관중 공연을 진행하는 등 양국의 정치 갈등이 문화계로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K팝의 국제화에 따른 진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일 관계, 중·일 관계, 양안 관계 등이 맞물리면서 해당 국가 출신 멤버들이 무심코 올린 포스팅이나 발언 등이 도마 위에 오르는 일이 빈번해져서다. 2019년엔 트와이스 일본인 멤버 사나가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바뀌는 일본 연호에 대한 느낌을 SNS에 올렸다가 한국 네티즌들로부터 ‘극우’라는 공격을 받고 한동안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유성운([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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