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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장 때 공무원 경비 ‘N빵’… 지방선거 앞 기초의원 무더기 송치

중앙일보

2025.12.3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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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로고. 사진 연합뉴스
부산ㆍ경남지역 기초의원 수십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해외 출장 때 돈을 모아 함께 간 공무원의 부담금을 대신 내준 혐의다.



부산 기초의원 40여명 검찰 송치

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부산 경찰은 부산지역 기초의원 수십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한 뒤 최근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2022년 1월부터 2024년 5월 사이 기초의원 자격으로 해외 출장을 가면서, 돈을 갹출해 동행하는 공무원 경비로 보태준 혐의를 받는다.

송치된 건 부산 5개 자치구 기초의회 소속 의원 40여명이며, 갹출 금액은 1인당 수십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은 후보자 혹은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이 선거구 안에 있는 사람,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사람에게 기부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수사기관은 의원들이 이처럼 돈을 모아 해외출장 동행 공무원에게 보태준 게 공직선거법상 기부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선거를 5개월 앞둔 시점에 부산지역 기초의원 5명 중 1명(부산 기초의회 16곳 의원 205명)에 해당하는 인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송치되자 부산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초 및 광역의회의 전현직 의원들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여ㆍ야 할 것 없이 “해외출장 여비 갹출을 기부행위로 봐 송치한 건 과도해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기관 방문 등 해외출장 과정에서 공무원이 맡아줘야 할 만한 실무가 있고, 이에 따라 해당 공무원과 동행하기 위해 돈을 모아 보태주곤 하는 관행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초의회 한 현역 의원은 “해외출장 땐 일정이 촉박하게 진행된다. 방문 기관과 이동, 동선 등 출장에 앞서 실무를 담당했던 공무원이 동행하지 않으면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권익위 의뢰에 전국서 지방의회 수사

비슷한 수사는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수사의뢰에 따른 것이다. 앞서 권익위는 전국 지방의회 234곳을 대상으로 해외출장 실태를 전수 점검해 2024년 12월 발표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24년 12월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지방의회 국외출장 실태 점검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전국 243개 지방의회의 국외출장 실태 점검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22년 1월부터 2024년 5월 사이 915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왔는데, 의원이 공무원 동행에 드는 돈을 부담한 경우가 117건(13%)이었다. 이에 권익위는 공직선거법 위반이 의심된다며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항공권을 위ㆍ변조해 실제 항공료보다 많은 금액을 예산으로 지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출장비 부풀리기’ 사례(405건ㆍ4.2%)도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따라 전남과 전북, 경북, 경남, 강원, 경기 등지에서 경찰이 해당 지방의회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가 진행됐다. 경남 거창군의회에선 소속 현직 군의원 11명 전원이 공무원의 출장 부담금을 대신 내준 혐의로 송치됐다.

대구에선 현역 기초의회 의원이 공무원들과 항공료를 부풀려 출장 계획을 짜는 데 일부 관여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광주 동구와 서구·광산구의회는 사무국 직원 5명이 해외출장 비용을 부풀려 차액만큼 예산을 사용한 혐의로 송치됐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학과 교수는 “액수가 적고 혐의가 사소해 보이더라도, 기초의회 해외출장 문제에 대한 유권자 눈높이는 매우 엄격하다"라며 "의원들 생각과 달리 이 사건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며 ‘기초의회 무용론’까지 대두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민주.안대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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