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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국민연금 자산, 지역에 우선권 줘야"…'위탁운용사 전주 본사 0곳' 바뀔까

중앙일보

2025.12.31 21:47 2025.12.3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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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서울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전주에 갔는데 무슨 도움 되나”

1361조원에 이르는 국민 노후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지시하며 2017년 전북 전주로 기금운용본부를 옮긴 공단을 콕 집어 ‘지역 자산운용사에 대한 우선권·인센티브 검토’를 주문하면서다.

1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 목적에 지역 경제 활성화, 지역 발전이 있는데 지방으로 옮긴 최초 취지나 목적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국민연금공단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전주로 갔는데 전주에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나. 주말이 되면 (직원들이) 다 서울로 가버리고, 관련 회사나 기업 이런 데가 좀 들어왔냐 하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용범 정책실장의 아이디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공단이 운용 자산을 배분할 때 전주에 있는 운용사에 우선권과 인센티브를 더 배정하는 게 핵심이다. 이 대통령은 “그렇게 하면 (서울 등에 있는 운용사들이) 다 이사 갈 것 같다. 그래야 옮긴 취지가 관철된다. 그런 걸 포함해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복지부에서 챙겨 달라”고 했다.

김관영 전북지사(왼쪽)가 지난달 31일 전주 남부시장을 찾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에게 시장을 안내하고 있다. 가운데는 우범기 전주시장. 뉴스1


김관영 “지역 인센티브, 제3 금융중심지 지정 도움”

서울·부산에 이어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을 추진 중인 전북특별자치도는 대통령 발언을 호재로 본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지역 자산운용사에 운용 자산 배분 등 인센티브를 주면 제3 금융중심지 지정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간 지역에 따라 금융기관에 자산을 차등적으로 배분하면 역차별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으나, 대통령이 얘기했으니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전북도는 금융위원회와 조율해 이달 중 제3 금융중심지 지정 신청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계획안엔 기금운용본부를 중심으로 전북혁신도시·만성지구 일대 3.59㎢를 자산운용·농생명·기후에너지 분야와 핀테크(빅데이터·인공지능 등 정보기술 기반 금융 서비스) 산업을 접목한 금융생태계를 조성하고 국제금융센터를 짓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전북도는 지난해 8월 해당 부지 일부(86만㎡)를 전국 최초로 ‘핀테크육성지구’로 지정했다. 김인태 도 기업유치지원실장은 “제3 금융중심지 추진의 핵심은 자산운용사를 지역에 유치하는 것으로, 대통령이 언급한 방향과 같다”고 했다.

김성주 제19대 국민연금공단 신임 이사장이 지난달 17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 국민연금공단


김성주 “방안 찾겠다”…신중론도

지난해 6년 만에 공단에 돌아온 김성주 이사장은 ‘국민연금 지역 인센티브’ 도입에 적극적이다. 김 이사장은 31일 본인 페이스북에 “사실 자산운용사가 지역에 이전하거나 사무소를 설치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은 제가 16대 이사장 때 추진했으나 ‘국가계약법’ 위반이라는 반론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며 “마침 이재명 대통령께서 좋은 언급을 해주셨으므로 다시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아서 금융생태계 조성과 균형·발전이라는 목적을 이뤄나가겠다”고 적었다.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위탁운용사는 전체 424곳이다. 위탁운용사는 공단이 연기금을 외부 전문 운용사에 맡기는 제도로, 자산 운용의 전문성·효율성·위험 분산을 위해 도입했다. 하지만 전주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는 아직 없다. 현재까지 10곳(글로벌 9곳, 국내 1곳)만 전주에 연락사무소가 있다. 전북에 뿌리를 둔 JB자산운용도 본사는 서울에 있다. 전주 사무소를 설치한 공단 협력 수탁은행·증권사 등 국내외 금융기관은 2019년 SSBT은행·BNY멜론은행·SK증권·우리은행을 시작으로 17곳에 그친다.

공단 안팎에선 “자산 배정은 위탁운용사 선정 이후 문제로, 제도 변경은 신중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은 수익률을 중시해야 하지만, 민간연금과 달리 일정 부분 공적 역할과 국가 경제 기여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금융이 서울에 과도하게 집중된 현실을 고려하면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지역 자산운용사에 기계적인 의무 배분이나 비율 할당은 부적절하다”며 “비전문 운용사에 대규모 자금이 배정될 가능성은 작겠지만, 기본 수익률 기준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 평가표에 이미 국내에 소재하거나 전주 연락사무소가 있으면 가점을 주는 제도가 있다”며 “대통령 발언은 파격적 인센티브 주문으로 해석이 가능해 기존 가점 방식을 발전시킬지, 새 인센티브를 만들지 검토해 볼 것”이라고 했다.




김준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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