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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베네수엘라 관련 中기업 제재…마두로 ‘인질외교’ 맞불

중앙일보

2025.12.3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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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홍콩 소재 회사 4곳과 유조선 4척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의 석유 관련 제재 목록에 추가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와 홍콩에 사무실을 둔 ‘에리즈 글로벌 투자’, 중국 저장성 저우산시에 있는 ‘코르니올라’, 홍콩 소재 ‘크레이프 머틀’과 ‘윙키 인터내셔널’ 등 4개 업체를 ‘특별지정국민 및 차단대상(SDN) 목록’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SDN에 지정되면 미국 내 재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OFAC는 에리즈와 연관된 중국·홍콩 선적 원유 유조선 ‘델라’와 ‘밸리언트’, 크레이프 머틀과 연관된 파나마 선적 원유 유조선 ‘노르드스타’, 윙키 인터내셔널과 연관된 기니 선적 석유제품 유조선 ‘로절린드’(일명 ‘루나 타이드’) 등 선박 4척도 SDN에 추가했다.

OFAC는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된 기업과 선박이 “마두로의 불법 마약 테러리스트 정권에 자금을 계속 공급하고 있으며, 일부는 베네수엘라를 지원하는 그림자 선단의 일원”이라고 밝혔다. 그림자 선단은 국제 제재를 피해 원유 등의 불법 수송에 관여하는 선박 집단을 가리킨다.
지난해 12월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정박중인 유조선의 모습. AFP=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제재를 “베네수엘라 에너지 무역에 개입을 자제하라는 경고를 중국에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은 그간 베네수엘라 석유 거래와 연관된 기업들과 선박들을 제재했지만, 중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은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베네수엘라 석유의 최대 고객이다. 대중국 수출 대금은 베네수엘라 정부 세입의 약 95%에 해당한다. 중국은 2019년 미국의 제재가 시작된 후 한동안 베네수엘라 원유 수입을 공식적으로는 중단했다가 2024년 2월에 재개했다. 하지만 비공식 경로에 따른 구매는 계속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찻주전자’(teapot)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소규모 민간 정유사와 그림자 선단 등을 동원해 미국의 제재를 피해 베네수엘라 원유를 지속해서 사들였다. 이들 민간 정유사는 중국 전체 정유 용량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제재와 별도로 미국은 다양한 수단으로 베네수엘라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 연속으로 공해를 지나는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공격하며 베네수엘라를 압박했다. 지난 9월 이후 미국이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한 공격은 30여 건으로 이에 따른 사망자 수는 110명이 넘는다.
지난해 12월 미국 해안경비대가 나포한 파나마 국적 유조선 ‘센추리스’ 상공을 미국 군용 헬리콥터가 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외에도 미국은 베네수엘라 원유를 운송하는 그림자 선단으로 의심되는 유조선 2척을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나포했다. 지난해 12월 초엔 미 중앙정보국(CIA)이 베네수엘라 연안의 외딴 부두를 드론으로 공격해 사상 처음으로 베네수엘라 영토 내 표적을 타격했다.

미국의 압박에 베네수엘라는 ‘미국인 인질외교’로 대응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의 베네수엘라 압박이 시작된 후 베네수엘라군이 미국인들을 체포·구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금된 이들 중에는 미국 시민권자 2명과 미국·베네수엘라 이중국적자 3명이 포함됐다. 시민권자 중 1명은 팝송 ‘굿바이 호시즈(Goodbye Horses)’로 알려진 뮤지션 Q 라자루스의 아들 제임스 러키-랭이다.

NYT는 “마두로는 억류자를 미국 제재 완화나 정치적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해 왔다”며 이번에도 유사한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 리처드 그레넬 특사를 베네수엘라에 파견해 협상을 벌였고, 이후 베네수엘라에 구금되었던 미국 시민권자 및 영주권자 17명이 석방돼 미국으로 귀환했다.

한편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실으려다 미 해안경비대에 추적당하는 유조선 ‘벨라1호’가 최근 선체 측면에 러시아 국기를 그려 넣었고, 승무원들은 러시아 신분을 주장하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이승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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