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원요?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이에요. 마음가짐, 컨디션 등 모든 초점을 월드컵에 맞췄어요."
프로축구 울산 HD 공격수 이동경(29)의 2026년 각오는 간단명료했다. 바로 오는 6월에 열리는 북중미(미국·멕시코·캐나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 나서는 것.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이동경은 "아직 더 보여드릴 게 많다"면서 "새해에 내 축구 인생의 전성기를 활짝 열어 젖힐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동경은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국내파 국가대표 중 단연 돋보인다. 그는 2025시즌 K리그1에서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13골·12도움)를 기록했다. 울산은 9위에 그쳤지만, 이동경은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이례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동경은 "'소속팀 경기력이 좋아야 태극마크도 달 수 있다'는 감독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겼다. 울산에 새로 부임하신 레전드 공격수 출신 김현석(1996년 MVP) 감독님의 지도를 받고 기량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겠다. 2026시즌엔 지난해보다 딱 1골, 1도움 많은 14골·13도움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이동경은 4년 전 다 잡았던 월드컵 출전 기회를 놓친 아픈 경험이 있다. 울산 유스 출신으로 2018년 울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이동경은 김학범 감독이 이끈 도쿄올림픽(2021년) 대표팀 주축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동경(東炅)이란 이름 때문에 '도쿄(東京) 리'라고 불리며 도쿄올림픽에서 팀을 8강으로 이끌었다. 주가 더 오른 그는 2022년 1월 독일 2부리그 샬케로 임대되며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같은 해 카타르월드컵에 출전 가능성도 컸다.
하지만 살케 입단 직후 부상으로 쓰려졌다. 팀 내 주전 경쟁에서도 밀리면서 월드컵 출전도 좌절됐다. 결국 2023년 6월 국내로 유턴했다. 그는 독일에서 겪은 실패를 설욕할 생각만 했다. 이동경은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세게 틀지 않고 지냈다. 실내와 온도 차가 크면 컨디션이 나빠질 수 있어서다. 주변에선 '더위를 참다니, 지독하다'고 놀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작년 군에서 전역한 날 군복도 안 벗고 곧장 울산에 합류했다. 그때도 '축구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는데, 구단 관계자들이 '집에도 안 다녀왔냐"며 놀라더라. 멘털이 흔들리지 않은 덕분에 부활했다"고 자평했다.
이동경은 중앙은 물론 측면 미드필드까지 오가는 멀티플레이어다. 이동경은 패스 정확도도 높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는 환상적인 왼발 슛이다. 그는 작년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중국전(3-0승)에서 마법 같은 왼발 감아차기 중거리 슛 골을 터뜨렸고, 9월 월드컵 개최국 미국과의 원정 평가전(2-0승)에선 기술적인 왼발 힐킥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동경에겐 북중미월드컵에 나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개최국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유럽 플레이오프(PO) 패스D 승자와 A조에 편성됐는데, 이동경은 1차전 상대인 멕시코의 '킬러'로 유명하다. 그는 도쿄올림픽 8강 멕시코전(3-6패)에서 왼발로 두 골을 터뜨렸다. 이동경은 "어린 시절부터 난 큰 무대에 강했다. 월드컵에 나가고 멕시코전 출전 기회가 온다면 올림픽 때처럼 멋진 왼발 슈팅으로 골을 넣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