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의 화두는 5000선 고지를 밟을 수 있을지다. 주요 증권사들의 전망은 엇갈렸지만, 반도체 랠리가 당분간 지수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원화 약세로 외국인 수급이 흔들리고 인공지능(AI) 거품론이 확산될 경우 코스피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국내 주요 증권사(미래에셋ㆍ하나ㆍ한국투자ㆍKBㆍNH투자증권)의 리서치 센터장 5인은 코스피를 최저 3750에서 최대 5500까지 내다봤다.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은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하면 ‘오천피’(코스피 5000) 도달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반으로 갈렸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한 곳은 NH투자증권(4000~5500)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본시장 정상화’ 정책 효과에 따른 재평가가 지속할 것”이라며 3분기 중 5500을 찍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코스피 시가총액 ‘투톱’인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두 회사가 올해 벌어들일 영업이익 기대치가 160조원에서 200조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 역시 올해 코스피가 5000선을 터치할 수 있다고 봤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한국 반도체 수요를 떠받치는 AI 산업의 성장 흐름은 최대 10년간 지속할 것”이라며 “물론 굴곡은 있겠지만, AI 산업 성장의 저점 자체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표 기술주 메그니피센트7(마이크로소프트ㆍ메타ㆍ아마존ㆍ알파벳ㆍ애플ㆍ엔비디아ㆍ테슬라) 실적이 여전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수익률을 상회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 30일 반성문 형식의 ‘2025년 나의 실수’ 보고서를 내고 “원화 약세와 주가 상승이라는 기이한 조합에 코스피 4000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이젠 5000 또는 6000 도달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관세 대신 ‘환율’을 대외 불균형 완화 수단으로 꺼내면 달러 강세는 구조적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며 “(달러 약세에 따른) 원화가치가 오르면 비달러 자산으로서 한국 주식의 상대적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교적 보수적으로 전망한 하나증권(3750~4650)과 한국투자증권(상단 4600)은 ‘상고하저’ 흐름을 예상했다. 이들은 공통으로 하반기엔 원화 약세와 통화 긴축 흐름으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봤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코스피 5000 달성에 실패한다면 주된 요인은 환율”이라며 “하반기에는 원화 약세로 통화 완화를 진행하지 못하고 수급 환경도 악화할 것”이라고 했다. 원화 약세가 장기화할 경우 외국인 순매도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 이후 고물가 압박이 확대되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할 것”이라며 “글로벌 유동성이 정점을 찍은 뒤 코스피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수익성 악화 논란, 즉 ‘거품론’도 주요 변수로 꼽혔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센터장은 “새해 반도체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반도체 수익에 대한 낙관적인 흐름에 조금이라도 흠집이 나면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가 AI 거품론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데다, 지난해 코스피 영업이익 증가분의 약 40%가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에 쏠려 있는 구조를 그 근거로 들었다. 유종우 본부장도 “오라클을 비롯해 대규모 투자금 조달 관련 문제가 발생했다”며 “추가로 엔비디아 실적 하회 시 반도체주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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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장주도 반도체…“종목 선별 잘해야”
그럼에도 새해 코스피 대장주는 역시 반도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AI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 한국 기업이 경쟁력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다.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전력, 원전 관련 산업 역시 유망 업종으로 꼽혔다. 특히 2026년은 인공지능 로봇을 포함한 ‘피지컬 AI’ 시대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자율주행 자동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종목이 뜰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조수홍 본부장은 “CES에서 피지컬 AI를 내세운 기업들을 눈여겨봐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AI 거품론을 둘러싼 우려와 함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박희찬 센터장은 “AI는 기회이자 리스크 요인”이라며 “아직 AI 거품을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실적보다 과도하게 주가가 고평가된 기업은 선별해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내수주는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가 많았다. 원화 약세가 지속할 경우 수입 단가 상승으로 소비재ㆍ건설업 등 내수 업종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조수홍 본부장은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 국면에서는 업종 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며 “코스피 이익 증가분의 대부분이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에 집중돼 있어 자본시장 상승과 체감하는 경제 회복은 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학개미(해외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가 관심 가질 만한 미국 증시는 상반기까지 우호적인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11월 예정된 중간선거를 앞두고 확장적 재정 기조가 강화되면 유동성이 확대돼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김동원 본부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에서 규제 완화를 대폭 시행하고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측근으로 교체할 경우 금리 인하 기조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