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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해지·공급 축소…악재 겹친 K배터리, ‘바닥’ 탈출 가능할까

중앙일보

2026.01.0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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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전경. 사진 LG에너지솔루션
K배터리가 미국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 조짐 속에서 연초부터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공급 계약 해지부터 물량 축소, 투자 재검토까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배터리 업계의 무게 중심은 새 먹거리인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에만 13조5000억원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계약이 백지화됐다. 완성차 업체 포드가 전기차 생산 전략을 수정하면서 9조6000억원, 배터리팩 제조사 FBPS가 전기버스 사업을 철수하면서 3조9000억원 규모의 계약이 각각 해지됐다. SK온은 ‘경영환경 변화’를 이유로 14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충청남도 서산 3공장 증설을 연기하기로 했다. 앞서 SK온은 포드와의 미국 공장 합작 체제도 종료했다.

사업이 좌초된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의 전기차 정책 변화다. 미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중단했고, 이에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생산 규모를 줄이거나 신차 출시 계획을 연기하는 식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그 여파는 미국향 공급 비중을 빠르게 늘려온 국내 배터리 업계에 고스란히 돌아왔다.

김경진 기자
배터리 소재사에도 불똥이 튀었다. 엘앤에프가 지난 2023년 테슬라와 맺은 양극재 공급 계약액이 3조8000억원에서 973만원으로 줄었다. 사실상 계약 해지다. 포스코퓨처엠은 GM과의 공급계약 실적이 13조7000억원에서 2조8000억원으로 80% 가까이 감소했다고 밝혔고, SKC는 양극재 사업 진출 자체를 철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전기차 수요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올해까지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최근 상승하고 있는 리튬 가격에서 반등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1㎏당 118위안을 기록했다. 2023년 11월 24일(120.5위안)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리튬은 양극재 원가의 60~70%를 차지하는 핵심 원료로, 배터리 판매가와 연동된다. 리튬 가격은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50위안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하반기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했는데도 리튬 가격이 오른 데엔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확대의 영향이 크다. 전기를 미리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ESS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확산하면서 전력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장치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24년 대비 2027년 글로벌 리튬 수요는 전기차 부문에서 74.3% 증가하는 반면, ESS 부문에선 211.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국내 배터리사도 일제히 ESS용 배터리로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양산해온 LG에너지솔루션은 2027년부터 국내 오창 공장에서도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 공장과 국내 서산 공장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바꿀 계획이다. 삼성SDI도 올해부터 미국에서 LFP 배터리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1조원 규모인 정부의 2차 ESS 중앙계약시장 수주전이 연초부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월에 우선협상대상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국내 배터리사들은 수주전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지난해 진행한 1차 수주에서는 삼성SDI가 전체 물량의 76%를, LG에너지솔루션이 나머지 물량을 가져갔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 금액도 금액이지만, 정부가 발주하는 안정적인 국내 수요처를 우선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나상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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