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22년 지방선거 공천 헌금 1억원 수수 및 반환 의혹(이하 1억원 의혹)으로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강선우 의원을 1일 제명 조치했다. 강 의원이 이날 오후 탈당계를 접수하자, 정청래 대표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결정한 일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이춘석 의원 사례와 같다”며 “(강 의원이) 사후 복당을 원하는 경우 사실상 제명되도록 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징계 회피 목적으로 탈당한 경우 사후에도 제명 처분을 하도록 당규를 통해 규정하고, 이 경우 통상 5년 내 복당이 불가능하다. 다음 총선에서도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할 수 없게 되는 결과다.
강 의원은 전날 늦은 밤까지 줄곧 “어떠한 돈도 받은 적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며 금품 수수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2022년 4월 보좌관에게 ‘1억원을 받아 보관 중’이라는 보고를 받자마자 이를 당시 서울시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김병기 전 원내대표에게 유선 보고했고, 다음날 대면 상의도 했다고 주장했이다. 문제의 1억원을 건넨 사람은 당시 공천 신청자였던 김경 서울시의원이다. 강 의원은 “누차에 걸쳐 반환을 지시했고, 반환되었음을 확인했다”며 “보고를 받기 전에는 해당 내용과 관련한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 여론이 악화하면서 강 의원은 1일 오후 페이스북에 “민주당에서 탈당한다. 이미 당과 당원 여러분께 너무나도 많은 부담을 드렸고, 더 이상은 드릴 수 없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강 의원은 “당이 요구하는 모든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도 했다.
‘강선우 탈당론’은 전날부터 민주당 중진들이 공개 제기했다. 박홍근 의원이 지난해 12월 31일 “과거에도 본인의 잘못으로 구설에 오르면 먼저 탈당한 뒤 문제를 해결, 다시 복당한 분도 있었다”고 YTN라디오와 인터뷰했다. 박지원 의원도 같은 날 MBC 라디오에서 “당과 이재명 대통령을 살리겠다고 한다면 결단을 내려줄 때가 됐다. 선당후사의 길을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금품 전달 시점과 보고 시점, 반환 시점 등을 6하 원칙에 따라 구체적으로 따져볼 문제”라면서 “어물쩍 넘어 갔다가는 6월 지방선거에도 큰 악재가 될 것이라 엄정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신년인사회에서도 “당이 반듯한 모습으로 바른 길을 가지 못하면 절대 개혁도 성공하지 못한다. 정 대표가 잘 정리하고 깨끗이 청산해달라”(김태랑 고문)는 당부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1일 “1억 원을 건넨 김 시의원 단수 공천이라는 흔적이 명백히 남아 있다”(조용술 대변인)고 강제 수사를 촉구했다. 검사 출신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김 시의원이 보좌관에게 1억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강 의원에게 확인을 안 받았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 정말 의원 모르게 보좌관이 받았다면 보좌관이 구속될 사안”이라며 “그래도 김병기, 강선우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고위는 이날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신속한 징계 결정을 요청하기로 의결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경남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김병기 전 대표에 대해서도 (지난달) 25일 윤리감찰을 지시했다”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윤리감찰 대상이 되면 비껴갈 수 없다”고 밝혔다. 강선우 의원에 대한 윤리감찰에 착수한 지난달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윤리감찰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지만, 일주일만에 김 전 원내대표도 감찰 대상임을 알린 것이다. 당 관계자는 “선출직인 현직 원내대표에 대한 민감한 당내 여론 등을 고려해 그간 감찰 사실을 비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이는‘김 전 원내대표의 부인이 2020년 초 공천 뒷돈 3000만원을 받았다가 3~5개월 뒤 돌려줬다’는 내용의 탄원서가 재조명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전직 동작구의원 2명이 작성했다는 3쪽 분량 탄원서에는 “2020년 1월 김 전 원내대표 자택에 방문해 부인 이모씨에게 5만원권 현금 2000만원을 직접 전달했다”, “2020년 3월 부인 이모씨가 ‘선거 전에 돈이 필요하다’고 해 미리 준비한 1000만원을 건넸다” 등의 구체적인 금품 제공 정황이 담겼다. 이씨가 2020년 설 무렵 500만원을 건네받고 “구정선물로는 너무 많고 공천 헌금으로는 적다”며 돈을 한차례 사양했다는 내용도 있다. 돈을 돌려주는 상황에 대해선 “딸 주라고 새우깡 한봉지를 담은 쇼핑백을 건네줬다”고 묘사돼 있다.
‘이재명 대표님께’로 시작하는 탄원서 작성일은 2023년 12월 11일이다. 현재는 민주당 소속이 아닌 이수진 전 의원 측이 탄원서를 받고는 당시 이재명 대표실에 전달했다고 한다. 다만 김 전 원내대표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김 전 원내대표는 2024년 2월 이 의혹을 유튜브에서 공개 제기한 이 전 의원을 고소했다가 총선 후 고소를 취하했다. 지도부 소속 의원은 “향후 감찰단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 전반을 폭넓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